(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컬링이 믹스 더블 종목에서 동계아시안게임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필리핀에 패하는 등 예상밖 부진을 보이더니 홈팀 중국에도 무릎을 꿇으면서 예선 2패째를 기록했다. 예선 최종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눌러야 4강 진출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김경애(강릉시청)-성지훈(강원도청)으로 구성된 컬링 믹스 더블 대표팀은 6일 중국 하얼빈의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라운드 로빈 B조 4차전에서 중국의 한위-왕즈위 조에 4-6으로 졌다.
1차전에서 복병 필리핀에 6-12로 충격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후 카타흐와 카자흐스탄을 연파하며 기운을 되찾았으나 이번 대회에서 일본에 이어 세계랭킹이 두 번째로 높은 중국을 맞아 석패했다.
2승 2패로 조 3위를 유지한 김경애-성지훈 조는 이날 오후 7시 열리는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4강 진출전' 출전을 바라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엔 일본, 태국, 몽골, 쿠웨이트, 대만, 홍콩(이상 A조), 한국, 중국, 필리핀, 카타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상 B조) 등 총 12개국이 참가했다.
6개 팀씩 두 조로 나뉘어 예선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위는 4강에 직행한다.
각 조 2, 3위는 플레이오프 격인 '4강 진출전'에서 한 번 더 맞대결해 준결승으로 향한다.
김경애와 성지훈은 매 경기 전 스톤을 던져 하우스 정중앙인 '티'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스트 스톤 드로(Last Stone Draw·LSD)에서 중국에 불과 0.1㎝로 미세하게 뒤져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했다.
LSD 결과에 따라 1엔드를 선공으로 시작한 김경애와 성지훈은 1점을 스틸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2엔드에서는 2점을 내줬으나 3엔드 후공에서 1점을 만회해 2-2 균형을 맞췄다.
4엔드에서 김경애의 마지막 스톤이 가드에 맞는 실수가 나왔으나 중국의 한위 역시 버튼 드로에 실패하면서 중국에 1점만 내줬다.
2-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첫 엔드인 5엔드에서 1점을 만회했다.
6엔드에서 후공을 잡은 중국은 다득점을 노리는 파워 플레이를 사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반적으로 믹스더블 경기에서 후공 팀이 하우스 뒤쪽에 한 개, 선공 팀이 센터라인에 가드 스톤을 한 개 세워 두고 시작한다.
후공 팀이 경기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파워 플레이를 신청하면 두 스톤을 모두 코너 쪽에 위치시킨 채 해당 엔드를 시작한다.
한국은 성지훈이 던진 4번째 스톤이 상대 스톤을 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하우스 중앙을 통과해버리는 실책을 저질렀고, 중국에 3점을 헌납했다.
한국 역시 7엔드 후공에서 파워 플레이를 썼으나 김경애의 마지막 스톤이 실수가 나오며 1점을 얻는 데 그치며 4-6이 됐고, 승부의 추가 중국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최소 2점을 스틸해야했던 한국은 8엔드 선공에서 동점에 실패해 무릎을 꿇었다.
반면 한국을 누른 중국은 조별리그 4전 전승을 기록하며 준결승 직행을 확정지었다.
A조에서 이번 대회 참가팀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일본이 5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마치고 준결승 직행에 성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경애는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후반전 아이스가 살짝 변한 걸 빨리 캐치하지 못해서 조금 끌려가는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믹스더블 경기다 보니 (스톤을 적게 던지기 때문에) 쓰지 않았던 라인이 많았다. 안 쓴 구간은 게스(추정)를 해야 했는데, 거기서 좀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키르기스스탄을 꼭 이겨야하는 상황이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1~2수 위인 것은 사실이다.
김경애 역시 벼랑 끝 승부라는 절박함보다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펼쳐보였다.
그는 "우리가 샷을 잘하면 무조건 상대를 압박할 수 있고, 압박이 이어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패배 가능성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결과를 바탕으로 플레이오프와 준결승, 결승까지 가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에선 중국이 홈 이점을 이용해 아이스 적응이 잘 돼 있음을 알렸다.
컬링 경기에선 얼음의 특질을 읽는 아이스 리딩 싸움이 사실상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홈 팀 중국보다 아이스에 적응할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A~E시트 5개 시트 중 중국전 들어 처음으로 B시트에서 경기했다.
김경애는 "상대는 확실히 얼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 "한위와 왕즈위는 서로 소통도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보다 좀 더 좋았기 때문에 상대가 좋은 샷을 더 많이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임명섭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 역시 "얼음이 오늘부터 좀 더 많이 뻗어가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 부분에 좀 적응을 못 한 것 같다. (우리는 처음 경기를 치른) B 시트는 원래 이런 아이스일 수도 있다"며 "중국은 여기서 연습해서 그런지 적응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