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이 커리어 첫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결승까지 딱 한 걸음만 남겨둔 가운데 '천적' 리버풀을 넘겠다는 각오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에 따르면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돌이켜봤을 때 이번 열흘이 이번 시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며 "우리는 지난 2경기를 훨씬 잘 뛰었다. 난 매 시즌 모든 경기를 결승전처럼 접근한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리버풀과의 경기는 결승전에서 단 한 걸음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잘 준비해야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와 웸블리(결승전 장소)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팀으로서 우리는 이 경기를 잘 준비해서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팀적으로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오는 7일 오전 5시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리버풀과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리버풀전을 앞두고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일 브렌트포드 원정에서 2-0 완승을 거둬 4연패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리그 7경기 연속 무승(1무6패) 부진을 끊고 리그 14위로 올라섰다.
당시 손흥민은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고 파페 사르의 추가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9분 손흥민의 코너킥이 상대 미드필더 비탈리 야넬트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토트넘이 리드를 잡았다. 후반 막판에는 절묘한 침투 패스로 파페 사르의 추가골을 도왔다.
경기 후에는 SNS를 통해 "뛰어난 팀을 상대로 힘든 장소에서 승점 3점과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이는 우리가 원했던 모든 것이다"라며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제 리그컵 준결승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한다"며 리버풀전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는 "(브렌트포드전서) 연패를 끊고 승리를 거둔 것은 정말 중요했다. 우리의 자신감을 키우고 리듬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할 때 모든 선수들이 안정적인 수비 구조에서 잘 뛰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선수단에 자신감을 되찾고, 더 차분한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다"고 동료들에게도 자신감과 차분함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손흥민은 "지금이 우리에게 어렵고 도전적인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승리는 팀을 하나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선수들이 오늘 한 희생과 그등리 쏟은 노고에 대해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벤 데이비스와 같은 선수들은 항상 동기부여하기 위해 있고, 나 또한 베테랑 중 한 명으로서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리버풀과의 경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있다. 리버풀전에서 최소 비기기만 한다면 결승에 올라 우승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2008시즌 이 대회 우승 이후 무관에 그치고 있는 토트넘이나 선수 생활 내내 우승컵이 없었던 손흥민에게는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다.
토트넘은 홈에서 열린 지난 1차전서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다만 상대가 '천적' 리버풀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손흥민은 지난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아약스 등 강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토트넘을 이끌고 결승까지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결승 상대였던 리버풀에게 무참히 깨지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 2분 만에 모하메드 살라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준 토트넘은 디보크 오리기에게 재차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 패배로 손흥민은 커리어 첫 우승을 추가할 기회를 놓쳤다.
이후 2020-2021시즌 리그컵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맨체스터 시티에게 패하면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우승과는 연이 없는 선수가 됐다. 토트넘의 무관 징크스도 계속 이어졌다.
오랜만에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상대가 하필 리버풀인 것이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유럽 최강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그만큼 최근 리버풀의 기세를 막아세울 팀이 유럽을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2월 박싱데이 경기에서는 무려 6-3이라는 스코어로 토트넘을 처참히 짓밟았다.
당시 손흥민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됐다. 82분을 뛰는 동안 슈팅 1회에 그쳤으나 그마저도 유효슈팅이 아니었다. 드리블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세 명의 공격수들이 모두 득점에 성공하는 동안 유일하게 존재감이 없었다. 반면 동갑내기 라이벌 모하메드 살라는 멀티골을 터뜨렸다.
애당초 준결승 1차전도 리버풀의 우세가 점쳐졌을 만큼 토트넘의 승리로 끝난 건 기적과 같았다. 또 부상자가 많은 토트넘과 달리 리버풀은 주전 선수들 이탈이 없다. 토트넘이 1골 앞서있긴 하지만 이번 2차전 원정에서 리버풀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손흥민이 트로피를 얻기 위해서는 리버풀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한다. 6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픔과 지난 맞대결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