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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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배구, 더욱 빨라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사입력 2011.09.29 15: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2세트부터 노골적으로 이란의 편을 든 심판의 판정은 분명이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의 약점도 확연히 드러난 경기였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2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홈팀 이란에 1-3으로 역전패했다.

1세트를 잡은 한국은 2세트도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석연찮은 심판의 몇몇 판정 때문에 결정적인 점수를 놓쳤다. 3세트부터 한국의 상승세는 급격히 꺾였고 이란의 높은 블로킹 벽을 뚫지 못했다.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몇몇 오심으로 점수를 잃게 되면 사기는 급격히 가라앉는다. 이란 공격수들은 수차례 한국 코트를 침범했지만 이는 지적되지 않았다. 또한, 명백한 터치아웃도 아웃으로 처리되면서 이란은 알토란같은 점수를 가져갔다.

그러나 2세트 후반부터 이란 블로커들은 한국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했다. 또한, 주전 세터 한선수의 볼 배급에 익숙해지면서 블로킹으로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박기원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한국은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공격수들은 높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올라오는 볼을 때려왔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빠른 토스를 처리하며 세계 배구의 추세에 동참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빠른 배구를 구사한 이란,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느린 것이 사실이다. 빠른 배구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들보다 한 템포 느린 한국 공격수들을 집요하게 쫓아갔다.

블로킹과 높이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인 이란은 블로킹으로 한국의 상승세를 차단했다.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블로커들은 이란의 공격을 따라잡지 못했다. 블로킹에서 현격한 열세는 보인 한국은 3세트부터 급격히 무너졌고 결국, 4세트를 내주며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리그에 익숙한 대표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가장 곤혹을 치르고 있는 부분이 블로킹이다.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신영석(우리캐피탈)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상대편의 서브리시브가 잘 됐을 때, 그냥 넋놓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워낙 토스가 빠르고 공격도 한순간에 진행되다 보니 블로킹이 쫓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1세트에서 강한 서브와 수비로 이란의 빠른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란은 한국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졌다. 김요한(LIG 손해보험)과 전광인의 오픈 공격은 물론, 신영석의 속공까지 블로킹에 차단되면서 한국의 밸런스는 급격히 흔들렸다.

올해부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기원 감독은 "한국이 빠른 배구를 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피드 배구'의 부재는 이미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실패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좌절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실패로 이어졌다. 한국보다 오래전부터 국제배구의 흐름에 동참해온 이란은 잔기술까지 갖추면서 '아시아의 맹주'로 올라섰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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