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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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결승홈런, ‘이치로 봤지!’

기사입력 2006.03.06 07:55 / 기사수정 2006.03.06 07:55

김두용 기자
 

‘역시 이승엽은 국민타자였다.’


한국이 이승엽의 역전 2점 홈런으로 한일야구의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며 한국야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의 홈런왕이었던 왕정치 감독과 ‘앞으로 30년간 일본야구를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는 망언으로 한국을 자극했던 이치로 앞에서 결승 홈런을 날려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이날 한국의 승리는 단순한 한경기에서 승리가 아니라 일본야구의 메카인 도쿄돔에서 5만여명의 일본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야구를 꺾었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승리로 한국야구가 50년이 넘는 야구역사를 가진 일본야구에 비해 전혀 떨어질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켰다. 그리고 한국 야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일본야구를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그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줬다.   

    

WBC대회 동안 감기몸살 기운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이승엽은 정신력으로 그것을 극복하여 역시 국민타자라는 명성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이승엽은 앞서 3회 2사 만루와 5회 2사 1, 3루의 2번의 득점찬스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3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2-1로 뒤지고 있던 8회초 한국공격. 1사후 이종범의 안타로 만든 1사 1루에서 8회 스기우치와 마운드를 교체한 일본의 특급소방수 이시이와 만났다. 이시이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만큼 실력과 기교를 갖춘 투수이다. 


좌투수 이시이와 좌타자 이승엽의 대결은 일반적으로 좌투수에 좌타자가 약점이 있는 정설로 보아 결코 쉽지 않은 승부였다. 그러나 이승엽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1스트라이크 3볼을 만든 이승엽은 5구째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 들어오던 슬라이더를 그대로 통타해 우중간펜스를 넘기는 역전 홈런을 만들었다.


이승엽의 홈런은 구대성과 박찬호가 8, 9회 수비에서 일본의 6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 그대로 결승타가 되어 한국의 3-2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이로서 WBC를 앞두고 벌어졌던 한일 야구의 자존심 대결은 장외에서의 기 싸움에서부터 장내 진정한 승부까지 한국의 드림팀은 이날 승리로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 한편 일본은 안방에서 국내외 베스트멤버를 내세우고도 한국야구에 무릎을 꿇어 아시아 최고의 자리까지 위협받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선수들의 뛰어난 집중력과 절묘한 마운드 운영이 승리의 원동력


일본에 비해 전력이 약간 떨어진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야구가 이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절묘한 마운드 운영 때문이다.


한국선수들의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집중력은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파이팅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1회 마쓰나카의 내야안타와 2회 가와사키의 홈런으로 2-0으로 끌려가고 있던 4회에 그 집중력은 그대로 들어났다. 1사 2, 3루의 위기에서 가와사키의 유격수 땅볼을 박진만이 전진수비 하고 있다가 침착하게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를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다음 타자 이치로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의 위기상황에서 2번 타자 니시오카가 한국의 2번째 투수 봉중근의 바깥 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 쳐서 우익수 옆을 빠지는 타구를 날려 보냈다. 만약에 이 타구가 빠진다면 주자들이 모두 들어와 승패가 갈릴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익수 이진영의 환상적인 수비가 나오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진영은 총알 같은 타구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서 멋진 다이빙 캐치를 보여줬다. 4회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실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호수비로 위기를 넘긴 선수들의 집중력은 공격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5회 1사 2, 3루에서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었고 8회에도 빼어난 집중력으로 이승엽이 홈런을 뽑아내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대만 전에서 보여줬던 절묘한 마운드 운영이 이날 경기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여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선발 김선우가 의외로 긴장한 탓인지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등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1, 2회 각각 1점씩 빼앗겨 일본에 끌려갔다. 그러나 그것이 이날 실점에 전부였다.


4회 김선우의 구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자 1사 2, 3루에서 좌타자 가시오카를 상대로 좌투수 봉중근을 투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6회 1사후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아껴뒀던 배영수를 투입하여 빠른 볼을 앞세워 일본 타선을 막았다. 또 7회에는 배영수가 선두타자 이치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자 ‘일본킬러’ 구대성을 올려 다음 타자들을 범타 처리했다.


한국의 절묘한 마운드 운영은 9회에 박찬호가 올라오면서 마무리 되었다. 잘 던지고 있던 구대성을 내린 것은 일본의 혀를 찌르는 절묘한 베팅이었다. 코칭스태프의 전략과 믿음에 보답하던 박찬호는 빠른 볼과 적극적인 승부로 9회 3타자를 삼자범퇴 시키면 깔끔한 마무리로 숨 막혔던 승부를 매조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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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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