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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이 꿈꿨던 롯데 '챔피언십 컬처', 미완으로 남은 채 동행은 끝났다

기사입력 2023.08.29 07:1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래리 서튼 감독이 그토록 수없이 외쳤던 '챔피언십 컬쳐(championship culture)'는 끝내 롯데 자이언츠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은 팀에서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와 비슷한 개념이 쉽게 자리잡기 힘들다는 진리만 확인했다.

롯데는 28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서튼 감독의 자신 사퇴 소식을 알렸다. 서튼 감독은 2020 시즌을 앞두고 롯데 2군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2021년 5월 1군 감독 승격을 거쳐 올해까지 4년 동안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어왔지만 동행에 마침표가 찍혔다.

서튼 감독의 사퇴 배경은 건강 악화다. 지난 17일 SSG와 홈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게임을 운영하지 못한 채 귀가했고 27일 사직 KT전에서 또 한 번 몸 상태 악화로 자리를 비웠다.

서튼 감독은 결국 27일 밤늦게 성민규 롯데 단장에게 연락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롯데는 내부 논의 끝에 서튼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남은 시즌을 이종운 수석코치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 관계자는 "서튼 감독이 지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달 중순부터 건강이 악화된 게 눈에 띌 정도였다"며 "현재 몸 상태로는 잔여 시즌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전해왔고 구단도 고심 끝에 빠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2008-2010년 재임)에 이어 구단 역사상 2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기대를 모았다. 오랜 암흑기를 끊어내고 롯데의 중흥기를 이끈 로이스터 감독처럼 2017년 준플레이오프를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팀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줄 지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서튼 감독은 갑작스럽게 1군 지휘봉을 잡은 2021 시즌부터 항상 팀 전력 대한 자신감, 선수들의 능력에 대한 강한 신뢰는 나타냈다. 1군 사령탑 부임 시점(2021년 5월 11일) 롯데는 12승 18패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지만 서튼 감독은 늘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롯데가 5위 키움을 1.5경기 차로 뒤쫓고 있던 2021년 10월 8일에는 "내 동기부여는 한국시리즈"라는 출사표를 던지며 "챔피언십 컬쳐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챔피언십 컬쳐'는 서튼 감독이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다. 서튼 감독은 오랜 기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 전체에 매 경기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전력을 쏟는 정신을 심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챔피언십 컬처' 형성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승리'가 롯데에게는 부족했다. 롯데는 2021 시즌을 8위로 마감했고 2022 시즌에도 8위로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 등 외부 FA(자유계약) 선수를 3명이나 영입한 올 시즌은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서튼 감독과 롯데 모두에게 중요했다. 5월까지 27승 17패, 승패마진 '+10'으로 단독 3위를 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전망은 밝아 보였다.

서튼 감독도 5월을 마감하면서 "현재 팀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장애물을 견뎌내야 했다"며 "한번에 모두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길다. 나중에 저녁을 먹으면서 밤새워 얘기해야 할 주제다. 3년 전 부임했을 때와 올 시즌 롯데 문화를 비교하면 낮과 밤의 차이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6월부터 '챔피언십 컬처'의 완성을 위한 승리 대신 패배가 점점 늘어났다. 롯데는 6월 9승 16패, 7월 5승 12패로 시즌 초반의 기세를 완전히 잃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 등 원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지난 몇 년간 겪어 보지 못한 급격한 추락 속에 팀 전체가 흔들렸다.

롯데는 1군 메인 투수코치였던 배영수 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이종운 퓨처스팀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승격하는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승부처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흐름을 상대에 넘겨주며 자멸하는 패턴이 반복됐고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훨씬 더 많아졌다. 

서튼 감독 역시 뚜렷한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롯데 프런트의 한 발 늦었던 외국인 선수 교체도 문제였지만 서튼 감독도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1군에 투입하고도 반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는 지난 15~17일 SSG를 사직에서 스윕하고 4연승을 내달리기도 했지만 이후 고척에서 키움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지난주 4경기도 모두 무릎을 꿇으면서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5위 KIA와 5경기 차까지 벌어지면서 5강 다툼에서 밀려났다.

서튼 감독이 롯데 1군 지휘봉을 잡고 거둔 성적은 167승 187패 12무, 승률 0.472였다. '챔피언십 컬처'가 만들어지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승리 없는 '위닝 멘탈리티'의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진리만 확인한 채 롯데와 동행은 막을 내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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