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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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봐라] “어서 챙겨 이미지”…르세라핌 허윤진, ‘자체제작돌’의 미래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3.05.06 12:30



[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솔직해서 더 궁금하고 흥미롭다.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 허윤진이 직설적이면서도 공감 가는 노랫말들로 K팝 팬들의 마음에 안착했다. 단 세 곡의 자작곡을 냈을 뿐이지만 메시지는 벌써 확고하다. 패를 다 보여주는 솔직함에도 더 듣고 싶고, 다음이 더 궁금해지는 가수이자 창작자의 탄생이다.

지난 1일, 데뷔 1년 만에 첫 정규 앨범 ‘UNFORGIVEN’으로 돌아온 르세라핌의 컴백을 기념해 멤버 허윤진이 직접 만들고 부른 솔로 작업물을 살펴봤다. 르세라핌의 컴백인데 왜 멤버를 조명하느냐고 묻는다면 정규 1집은 13곡, 그간 허윤진의 솔로 발표곡이 3곡이기 때문은 절대 맞지만, 코너의 소개에 맞게 더 ‘개인의 취향’에 가깝기 때문이라 괜히 덧붙여본다.

앨범을 통으로 소개하는 코너지만, 허윤진의 싱글에는 1곡만이 수록돼 있어 아쉬운 대로 그가 1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업물들을 한 번에 모아봤다. 가장 먼저, 지난해 8월 데뷔 100일을 기념해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했던 첫 번째 자작곡 ‘Raise y_our glass’다.



‘Raise y_our glass’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베이스로 차분하게 흘러가는 어쿠스틱 팝 장르의 곡. 시작부터 전주 없이 “It’s kinda shitty isn’t it”라는 거친 말과 함께 허윤진의 보이스가 힘 있게 치고 들어오는 이 곡에서 화자는 시끄러운 위선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대해 토로한다.

그러나 이내 “I don’t know what I’d be doing without you”, “In this ugly world where the color is fading / You're beautiful in every color and shade”라며 기막히게 로맨틱한 언어들을 들려준다. 

곡은 내내 드라마틱한 변주 없이 잔잔히 흘러가지만, 순식간에 끝을 향해 달려간다. ‘남에겐 거칠지만 내 사람들에게만은 따뜻하겠지’의 무드답게, 초반의 보컬이 약간은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것도 매력이다. 또한 화려한 연주보다 보컬이 돋보이는 곡인만큼, 결코 잔잔함을 심심하게 두지 않는 허윤진의 보컬이 가진 힘을 확인하기에도 충분하다.

데뷔까지의 여정과 데뷔 직후 현실을 돌아보며 가장 하고 싶은 말이 ‘고마움’이라는 것을 깨닫고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들으면 감동은 200배.

특히 앨범 소개에는 허윤진이 직접 들려주는 곡 이야기가 적혀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허윤진은 “계속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각자의 힘듦과 불안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며 “고마움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라는 소개로 진심을 전했다.



올 1월에는 파격적인 자작곡 ‘I ≠ DOLL’을 발매하며 심장을 두드렸다. 록을 기반으로 한 이 곡은 ‘아이돌’ 허윤진은 인형이 아니라는 멋들어지고 직관적인 제목에 시원시원한 가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사와 잘 어우러지는 시니컬한 느낌의 보컬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과잉’ 없이도 감정이 신기하게 잘 드러나는 보컬이 흥미롭다.

“어서 챙겨 이미지 / 시작 전에도 이미 진 / 이 게임은 왜 이리 어려워”, “어제는 인형 같고 / 오늘은 이년이라 해” 등 상상도 못 한 매콤한 가사에 더해 “쪘네”, “안 빼고 뭐 해?” 등 걸그룹들이 흔히 듣는 무례한 평가도 그대로 담겼다. 곡 소개에서 그는 단편적인 모습에 꽂혀 인물을 단순화시키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미지를 오려 붙이기도 하는 일을 마주했을 때 들었던 감정이 곡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내면은 결국 희미한 뒷전이 돼”라는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담겨 흥미를 더했다. 이는 상당히 거침없고 부정적인데, 생각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어제는 인형, 오늘은 이년”이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아이돌 산업’에 속해 있는 아이돌의 입으로 뱉어낸 말들이기에 더욱 용기 있게 다가온다.

“내 목소리 volume up”이라며 내면의 목소리를 드러낸 허윤진의 바람처럼, “더 많은 분들에게 이 노래의 메시지가 닿기”를 함께 바란다. 



3월에는 세 번째 자작곡 ‘피어나도록 (love you twice)’을 발매했다. 팬덤명 ‘피어나(FEARNOT)’와 연결되는 제목의 ‘피어나도록’은 팬들에게 전하는 말을 담은 만큼, 한없이 온화하다. 어쿠스틱 인디 팝 장르의 곡으로, 전반적으로 따스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성 사용법이 인상적이다. 리듬감 있게 휘몰아치는 파트 역시 맛깔나게 소화했다.

가사에는 “I wonder what you see / When you see someone like me / Do you see her?”이라며 팬들에게 궁금한 점, “빛바래도 제일 빛난다고 해줘”라는 솔직한 투정, “All I wish to be is someone deserving / Of the comfort that you bring”이라며 마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까지 팬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

곡 소개를 통해 허윤진은 “SNS 속 멋진 인생을 사는 그들처럼, 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팬들의 사랑이 과분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전한다. 그는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안기게 해 준 팬들을 향한 솔직한 마음들 중에서도, “I’ll say I love you twice”라는 세상 달콤한 진심을 들려주며 곡을 마친다.

허윤진은 그룹의 정규 1집에 수록된 팬송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 프로듀싱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고 부른 허윤진이 단 세 곡만으로도 색깔을 확고히 드러낸 만큼, 점점 음악 세계를 확장 중인 그에게 훗날 ‘자체제작돌’로서의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DB, 쏘스뮤직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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