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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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기꺼이 마신 벤투 리더십, 2002년 히딩크 닮았다 [월드컵]

기사입력 2022.12.03 21:28 / 기사수정 2022.12.03 21:29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그의 액션 하나하나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닮았다.

한일 월드컵 4강 만큼은 아니겠지만 원정 대회에서 외국인 지도자가 거둔 첫 16강이어서 빛이 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16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의 새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날두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감독', '중국에서 실패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이란 본고사에서 말끔히 지웠다. 

세계 축구 지도자 시장에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알렸다. 포루투갈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만큼 조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을 선택한 벤투 감독의 결단, 그리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은 20년 전 히딩크 감독과 꽤 닮아 있다.



우선 한국 대표팀이란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묵묵히 '마이웨이'를 걸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 게 같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부임했던 2000년 말은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그의 명성이 급추락하던 때였다.

프랑스 월드컵 성과로 스페인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았으나 1년도 되질 않아 사실상 경질됐고, 2000년 초 역시 스페인 레알 베티스로 갔으나 1승6무6패란 처참한 성적을 낸 뒤 팀 강등의 주범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겨울 이역만리 대한민국을 자신의 새 도전 무대로 삼았고, 여기서 4강 신화를 이끌어내며 이후 PSV에인트호번, 첼시, 러시아, 터키 등을 옮겨다니며 세계 축구계 명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벤투 감독도 다르지 않다. 호날두 최전성기일 때의 포르투갈 대표팀을 데리고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갔으나 이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본 벤투 감독은 브라질과 중국 구단을 노크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조기 경질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찾은 곳이 2018년 9월 한국 대표팀이었다. "'빌드업 축구'는 안 된다"는 쓴소리를 4년 가까이 들었고, 2019 아시안컵 8강 탈락, 2021년 한일전 0-3 완패 등 고비도 수 차례 있었으나 '마이웨이'를 고수한 끝에 카타르에서 빛을 보고 있다.

4골 중 교체멤버가 3골을 넣는 등 용병술에서도 합격점을 받아 훗날 유럽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벤투 감독이 조별리그 도중 16강에서 만날 후보팀을 넌지시 알아보고, 주축 선수 기용을 경기 당일까지 비밀로 한 것도 히딩크 감독의 향기를 풍긴다는 분석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전 1차전을 0-0으로 비겨 승점을 챙긴 뒤 코칭스태프를 브라질-세르비아전에 파견했다.

대표팀에선 "미리 계획된 것"이라고는 했으나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다음에 만날 상대팀 1순위가 브라질이어서 16강 이후를 준비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히딩크 감독이 이탈리아와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8강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을 보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직접 찾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함에 따라 벤투호 코칭스태프의 브라질 경기 관전은 다음 스텝을 미리 내다보는 혜안으로 자리매김했다.



2차전 가나전 승리의 밑그림이 된 김민재의 전격 선발 출전도 2002년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 당일까지 부상 중인 김민재 출전 여부를 철저히 가렸다가 결국 선발로 내보냈다. 김민재는 후반 추가시간 교체아웃될 때까지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비록 한국이 2-3으로 패했으나 한 골차 명승부를 펼쳤기에 3차전 포르투갈전 승리에 따른 득실차 16강행을 이뤘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 월드컵 3차전 포르투갈전 앞두고 부상 치료 중이던 박지성을 경기 당일에서야 선발 출전 통보해 1-0 승리의 마지막 점을 찍은 적이 있다.

선수 기용을 놓고 친 연막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두 감독을 관통하는 코드로 간주된다.



마지막으로 가나전 퇴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이 레드카드를 받더라도 부당한 대우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벤투 감독의 제스처를 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아쉬운 판정이 나올 때마다 양복을 벗어던지고 심판에 강하게 항의한 히딩크 감독이 연상된다는 축구계 의견이 적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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