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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결산②] 이영표·김호곤·김남일…'정치 외풍'에 멍드는 축구 영웅들

기사입력 2022.11.02 00:10 / 기사수정 2022.11.02 00:10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K리그에 2022년은 이른바 ‘정치 외풍’에 시도민구단들이 심하게 흔들린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외에서 한국 축구를 빛낸 축구인들이 지난 6월 선거 뒤 바뀐 지방 권력에 내쫓기는 수모를 당하고 있어서다. 잘해도 물러나는 사태가 불거지고 있어, 시도민구단들의 근간이 구단주들 자살골 행태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외풍에 멍든 대표적인 축구인으론 올해 소속팀 6강 기적을 지원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인공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를 들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최용수 감독을 데려와 강등권에서 탈출한 뒤 올해 파이널A(상위리그)까지 오르도록 이끌었다. 강원은 스폰서십과 관중 등에서도 이 대표의 노력으로 괄목 성장했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강원 구단 지분 47.62%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 강원도는 지난 1일 이영표 대표에게 올해 말 임기가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해 강원 팬들과 서포터, 지역 축구인들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0년 12월 이 대표를 임명했던 최문순 전 도지사(더불어민주당)가 지난 6월 3번째 임기 만료에 따라 더 이상 지사직에 도전할 수 없어 물러나고, 김진태 현 지사(국민의힘)가 온 것이 이 대표 거취에 먹구름이 낀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구단 숙원인 전용구장 건립을 위해 춘천 강릉 원주 등을 다니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강원도 측이 지난달 전용구장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이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인을 줬고, 최근 이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강원도의 재계약 불가 의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여서 강원 팬들과 축구계 안타까움이 더 커지고 있다.



김호곤 수원FC 단장 역시 이 대표처럼 결별을 앞둔 케이스다. 수원시 역시 내년 2월 말에 계약이 만료되는 김 단장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 1970년대를 호령했던 김 단장은 지도자로서도 성공해 2004 아테네 올림픽 지휘봉을 잡고 8강행을 이끌었다. 이후 울산 감독으로 옮겨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 등극으로 그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2019년부터 수원FC 단장직으로 맡아 구단 행정가로 변신한 김 단장은 김도균 감독을 데려와 이듬해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구단 창단 최초로 파이널A 진출을 이루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파이널A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국내 팬들에게 인지도가 엄청난 이승우와 지소연을 과감히 영입, 수원FC 남자축구팀은 물론 여자축구팀 흥행까지 주도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정치 변수에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김 단장은 이 대표와 달리 올해 지방선거 결과 시장 당선인의 소속 당이 바뀌지 않은 경우(더불어민주당)다. 그러나 구단주가 염태영 전 시장에서 이재준 시장으로 바뀐 것이 변수였다.

지방선거 직후부터 이 시장의 선거를 도운 축구인이 김 단장 대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수원시가 김 단장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소문이 사실 아니냐는 게 지역 축구계 견해다.

수원FC 서포터 역시 김 단장 재계약이 지지부진하자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기장에 관련 걸개를 거는 등 구단 행보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대표와 김 단장에 이전엔 성남FC가 자자체장이 바뀌면서 크게 곤욕을 치렀고, 2002 한일월드컵 핵심 멤버 김남일 감독이 시즌 도중 그만 두는 비극을 맞았다.

성남은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일화축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재탄생시킨 경우다.

다만 이 대표 재직 당시 성남시가 후원금을 약속 받고 두산건설이 소유하고 있던 병원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줬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신상진 시장(국민의힘)은 마침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남을 도마 위에 올린 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 성남팬들과 축구계가 크게 우려했다. 일각에선 성남시가 성남 구단을 매각하거나 없애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는 7월30일 수원FC전, 8월2일 제주전 2연승으로 막 반등할 시점에 구단을 크게 흔든 셈이 됐다. 결국 2020년 부임 뒤 2년 연속 성남 잔류를 지켜냈던 김 전 감독이 지난 8월24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하고 말았다.

시도민구단 특성상 구단 재정을 지원해 주는 구단주의 입김이 없을 순 없다. 수원FC는 재단법인으로 수원시장 영향력이 직접 미치는 곳이다. 강원은 강원도가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고, 성남은 성남시장이 수장을 겸직하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가 지분율 65.26%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때 지자체장이 바뀌면 구단의 행보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올해 그 외풍이 유독 심하고,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했던 축구 영웅들이 좋은 성과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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