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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부' 구단주의 등장...'쩐의 전쟁'의 시작 [로만의 20년②]

기사입력 2022.03.04 18:00

한유철 기자

(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등장, 세계 축구의 판도가 바뀌는 신호탄이었다.

2003년 첼시는 러시아의 '갑부' 아브라모비치를 새로운 구단주로 받아들였다. 그의 등장은 세계 축구에 '자본'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03/04시즌 첼시는 이적시장에 1억 7,000만 유로(약 2,270억 원)를 투자했다. 2004/05시즌도 1억 6,550만 유로(약 2,210억 원)를 투자했다.

자본이 더해진 첼시는 '성장'을 계속했다. 4위 경쟁을 하던 첼시는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 됐다. 첼시의 성공으로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가 곧 클럽의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안 많은 클럽들이 '갑부' 구단주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첼시 이후 '갑부' 구단주로 대표적인 구단이 맨체스터 시티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자 셰이크 만수르는 맨시티 인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32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만수르는 단숨에 아브라모비치를 제치고 역대 최고 부자 구단주에 이름을 올렸다.



아브라모비치가 그랬듯 만수르 역시 맨시티 인수 첫 해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만수르 인수 이전 중하귀원에 위치한, 그저 그런 클럽이었던 맨시티는 체질 개선을 위해 '스타 플레이어' 영입이 필요했다. 2008/09시즌 4,300만 유로(약 574억 원)를 들여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호비뉴를 영입한 맨시티는 이후 매 시즌 1,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계속하며 팀을 가꿨다.

빈센트 콤파니,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 야야 투레 등 지금의 맨시티를 있게 한 레전드들은 모두 만수르 인수 이후 맨시티에 입성한 선수들이다.

맨시티의 변화는 첼시보다 더 다이나믹했다. 인수 첫 시즌 리그 10위에 그쳤던 맨시티는 2009/10시즌 5위에 오르며 리그 상위권 팀들을 위협했다. 2010/11시즌 리그 3위에 오르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맨시티는 2011/12시즌 리그 우승마저 이뤄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정식 출범 이후 첫 리그 우승이었다.

1894년 창단 이후 1부리그 우승 기록이 2회에 불과했던 맨시티는 만수르 인수 이후 약 14년의 기간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 기록을 5번이나 달성했다. 2018/19시즌엔 잉글랜드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도메스틱 트레블(리그 우승, FA컵 우승, 리그컵 우승)을 달성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없지만, 맨시티는 이미 세계 최고의 팀으로 성장했고 만수르와 펩 과르디올라의 체제 하에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파리 생제르망이다. 2000년대까지 리그1은 마르세유와 리옹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리그 우승을 다퉜다. 그러나 2011년 5월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파리의 대주주 겸 구단주가 되며, 리그1은 파리의 독주체제로 변하기 시작했다.

2010/11시즌 이적시장에서 900만 유로(약 120억 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던 파리는 2011/12시즌을 앞두고 타밈의 재력에 힘입어 1억 710만 유로(약 1,429억 원)를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한 시즌 만에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파리는 이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에딘손 카바니, 앙헬 디 마리아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영입했고 2012//13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총 7번의 리그 우승을 기록, 리그1의 절대 강자로 변모했다.

2017/18시즌엔 2억 2,200만 유로(약 2,963억 원)를 투자하며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로부터 네이마르를 데려왔고, 이는 여전히 깨지지 않는 최고 이적료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21/22시즌엔 바르사 그 이상의 존재였던 리오넬 메시까지 영입했다.

첼시를 시작으로 맨시티와 파리의 적극적인 투자는 이적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레알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유스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맨유와 바르사 등 정통적인 빅클럽들도 이적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축구전문매체 트랜스퍼마켓 기준 역대 최다 이적료 50위 중 49명이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인수 이후에 발생한 이적이다. 예외가 된 단 하나의 이적은 2000/01시즌 지네딘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다. 지단의 이적에 든 금액은 7,750만 유로(약 1,034억 원)이다. 그러나 역대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지단보다 비싼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가 27명이나 된다.

과열된 이적시장과 1,000억원은 기본으로 넘는 선수들의 이적료에 많은 축구팬들은 첼시와 맨시티, 파리의 행보가 이적시장에 거품을 끼게 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가 곧 클럽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현대 축구에서 그들의 활동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이 주도한 사우디 컨소시엄이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면서 또 다른 '갑부' 구단주가 등장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재산은 약 518조 원으로 아브라모비치, 만수르, 타밈의 재산을 모두 압도하는 수치이다. 뉴캐슬은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자 하에 '제2의 첼시', '제2의 맨시티'를 꿈꾸고 있다.

현대 축구의 판도는 변했다. 적극적인 투자가 곧 구단의 '성장'이자 '성공'으로 직결된다. 축구판 '쩐의 전쟁'은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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