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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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 묻힌 110억 발견"…굴착기 기사의 기막힌 도망자 신세 (꼬꼬무)[종합]

기사입력 2022.01.07 00:10

김노을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노을 기자) 굴착기 기사 이세현 씨가 마늘밭에 묻힌 돈을 발견한 이후 도망자 신세가 된 이유가 드러났다.

6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2011년 일어난 축령마을 마늘밭 미스터리가 재조명됐다.

이날 이야기 주인공은 숨어살며 이름까지 개명한 안세현 씨. 사건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

2011년 당시 52세였던 그는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 한 마디 못할 때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안세현 씨 직업은 굴착기 기사였다. 바로 이 직업이 해당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 어느 날, 그에게 밭에 있는 나무를 옮겨 심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1년 전 다른 사람에게 팔린 밭이고, 그 밭에 있는 나무를 뒤늦게 옮겨 심어달라는 것. 마지막 남은 한 그루는 바로 꾸지뽕나무였다. 뿌리가 넓어 작업이 수월한 편은 아니라고.

작업이 시작되자 그가 몰던 굴착기에 A4용지만한 파란색 플라스틱 통 3개가 걸려 나왔다. 처음에는 쓰레기인 줄 알고 통을 열어보지 않고 다 묻어버렸다. 그런데 통이 굴착기에 걸려 빠져나와 버렸다고.

안세현 씨는 "그 통이 나에게 불운을 가져다줄지 몰랐다"고 말했다. 며칠 후 밭을 매수했던 새 주인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다른 지역 출장 중이었기에 두 달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밭 주인은 "이 밭에다가 7억 원을 묻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신이 가져간 거 아니냐.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아냐. 돈 주인이 조폭을 끼고 있다. 허튼 생각했다가는 큰일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그때부터 안세현 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도둑 취급에 화가 난 안세현 씨는 밭 주인을 찾아가 따져 물었다. 밭 주인은 "17억을 묻어놨는데 7억이 없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진짜 돈 주인한테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라고 말을 바꿨다.

이상하게 여긴 안세현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정작 밭 주인이 아닌 밭 주인의 아내가 경찰에게 하소연을 했다. 밭 주인 아내는 "남편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서 헛소리를 한 거다"라고 손사레를 쳤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경찰은 "밭에 가보자고 하니까 아니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안세현 씨 아내는 "밭 주인 아내가 다른 데 전화를 하며 불안해 하더라. '일을 저렇게 벌리면 안 되는데. 누가 깡패인데. 걸리면 다 죽는데'라고 하는 걸 들었다"고 떠올렸다.

밭 주인 아내는 안세현 씨에게 전화를 바꿨고, 의문의 남성은 "죄송하게 됐으니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말했지만 이세현 씨는 사과를 받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으며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했다고.

다행히 쓰레기장에 버린 한 통은 그대로 있었다. 안세현 씨는 "통을 들려고 하는데 못 들겠더라"라고 회상했다. 그 통에는 수억이 들어있었다.

이어 당시 검정색 봉지에 든 통을 다시 파내는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실제 영상에는 5만원권 돈뭉치가 고스란히 담겼고, 밭 주인 아들이 렌트한 차량에서도 10억 돈뭉치가 발견됐다.

경찰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밭 주인 집까지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돈은 총 24억 1,500만원. 로또 1등 당첨금보다도 많은 액수다. 밭 주인은 "내가 돈 주인이 아니라 처남들이 돈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처남의 이름을 들은 경찰들은 경악했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터넷 도박 불법 사이트 운영자였기 때문. 판돈만 무려 1,150억원에 달했고, 이용자들의 환전 수수료로 돈을 벌었다.

작은 처남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큰 처남과 함께 150억원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안세현 씨는 또, 사건 두 달 전에는 없었던 컨테이너가 생긴 것을 눈치채고 경찰에 제보했다. 굴착기로 컨테이너를 옮기고 땅을 파자 그곳에서 또 돈이 든 통이 발견됐다. 안세현 씨는 "꿈인가 싶었다. 캐낼 때마다 돈이 나오니까 너무 황당했다"고 당시를 곱씹었다.

돈 캐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을에 있는 마늘밭이 온통 돈이었던 것. 당시 땅에서 캐낸 돈은 총 110억 7,800만원이었다.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올라가는 액수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마을은 외지인들의 관광 코스가 됐다.

사건 핵심 인물인 처남들은 계좌 추적을 피하려 전액 현금으로 인출하고 누나 부부에게 돈을 맡겼다. 처음에는 장롱, 화장대, 다용도실, 금고에 보관하다가 너무 많은 현금 다발을 숨기기 위해 1억 주고 밭을 매입해 거기에 돈을 묻었던 것.

처남의 출소가 다가올수록 매형은 피가 말랐다. 돈을 몰래 썼기 때문에 밭에서 누가 몰래 캐갔다고 뒤집어 씌우려고 계획을 세웠고, 안세현 씨가 타깃이 된 게 사건의 전말이었다. 110억원은 전액 환수됐다. 안세현 씨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일임에도 그를 둘러싸고 온갖 루머가 생겨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안세현 씨는 "내가 밖에 나가 밥을 먹으면 주변에서 '돈 얼마나 묻어놨어요?'라고 묻는 게 인사다.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돈 얼마나 숨겨놨어요?'라고 하는 거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몸 전체가 무너지더라"고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또한 조폭을 낀 돈일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아내는 식당을 닫고 굴착기 일도 그만두게 됐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지 않아 안세현 씨는 도망자 생활을 시작했다. 국가로부터 감사장을 받았지만 포상금 2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유실물법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도주 중인 마늘밭 주인의 큰 처남은 아직도 수배 중이다. 지인은 "마늘밭 사건 터지고 해외로 날랐다. 얼굴 고쳐서 여권 만들고 나가버린 거다"라고 설명했다.

사진=SBS 방송화면

김노을 기자 sunset@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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