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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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 아니어도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

기사입력 2021.07.01 06:43 / 기사수정 2021.07.01 06:43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대호의 자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대호는 팀 전력이 향상되는 상황 속에서 자신도 예년만큼 기량을 펼칠 수 없을 때에는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도 된다고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대호는 흐르는 세월까지 부정하진 않았지만 어느 타순에서든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만큼은 분명히 있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이대호는 롯데와 2년 최대 2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우승 옵션 1억 원이 포함돼 있는 조건이다. 우승 시 부산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때부터 이어져 온 특유의 동기부여는 지금도 여전하다. 당장 8위로 내려 앉아 있는 롯데이지만, 가을야구와 우승을 목표로 하는 분위기는 그대로다. 안치홍은 "당장 순위는 처져 있지만 목표는 여전히 가을야구"라고 했다.

최근 전력이 안정화를 거듭하고 있는 롯데는 팀 타율 0.304로 1위에 올라 있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자리잡은 전준우, 정훈,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위력을 더해가고 있고, 거를 타순이 없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그런데 여기에 이대호가 최근 2경기 연속 6번 타순으로 나서며 힘을 보탠다. 흡사 클린업 트리오가 아닌 4인조, 콰르텟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대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6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해 13-5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3번 타순 또는 6번 타순에서 타점 생산 능력을 보이는 이대호를 6번 타순에 배치했다"는 최현 감독대행의 생각도 맞아 떨어진 것이다. 최 대행은 이날 감독대행으로서 첫 승을 거둔 뒤 "타자들도 모두 너무 잘해 줬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이대호를 6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대호는 이날에도 6번 자리에 가 있었지만 4번 타자 못지 않은 타격을 뽐냈다. 첫 타석에서는 키움 선발 투수 안우진의 154km/h 빠른 공을 받아 쳐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에만 벌써 2번째 만루 홈런이다. 이날 시즌 10번째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8명뿐이었던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역대 9번째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주인공이 된 이대호는 이 기록만 아니라 역대 25번째 900득점도 성공했다. 또 이대호의 6번 타순 배치로 인해 주위 타순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데, 이대호와 더불어 전준우 역시 역대 38번째 800득점을 달성했다. 전날 롯데 이적 후 처음으로 5타점 경기를 치른 5번 타자 안치홍은 "내 주위 앞뒤 타자들의 영향을 받는 덕분이다"라고 했다.

이대호는 지난 2004년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왔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과 미국을 거쳐 왔음에도 롯데로 복귀한 후 다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개인 통산 342번째 홈런을 쌓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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