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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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술부터 승리투수까지, 박민호의 기억들 [조은혜의 슬로모션]

기사입력 2021.06.24 13:04 / 기사수정 2021.06.24 13:09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 박민호 선수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 첫 수술 

상무 때 다쳤던 손목이 아파 땅을 짚지 못할 정도였다. 아침에 팔꿈치로 짚고 일어났고, 문도 못 열 때도 있었다. 귀찮게 달라붙어 있던 걸 뗀 느낌이다. 걸리적거리던 걸 해결해 움직일 때도 편하고 깔끔하다. 야구할 때 편해져야 하는데, 일단 일상생활에서 편해졌다.
 

# 슬기로운 강화생활 

재활의 시간이 힘들다는 건 보고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음을 먹었고, 다짐도 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계속 1군에만 있었다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던 기회였다. 그걸로 버틴 것 같다. 나 혼자 재활하고,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면 오히려 더 지루하고 힘들었을 거다. 시선을 바꿨다. 어차피 몇 개월 동안 있을 텐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후배들과 좋은 시간 보낸 것 같다. 난 힘들지 않았다. 조급한 것도 없었다. 
 

# 2군에서의 첫 실전

엄청나게 긴장했다. 하필 잘하는 상무와 붙었는데, 첫 타자가 우리 팀 안상현이었다. 안타 치고 웃더라. 결국 2점을 줬는데 마침 중계가 있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서진용, 김택형한테도 연락이 왔다. 똑바로 던지란다.
 

# 다시 만난 김원형 감독님

통증은 괜찮아졌는데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다. 2군에서도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1군 콜업을 받았다. 7월까지는 2군에 있을 줄 알았는데.

1군에 왔는데 감독님이 조금 힘들어 보이셨다. 민호 왔냐고 하셔서 감독님께 '살도 빠지신 거 같고, 힘들어 보이시는데 고생 많으십니다' 했더니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너나 잘해".
 

# 기억난다, 1군 마운드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수술하고, 재활 마치고 등판하니 다시 마운드에 섰다는 그런 감동이 있었다. 나 혼자만 재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트레이닝 코치님들, 퓨처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여러 도움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불펜 피칭할 때 공이 안 좋은데, 신기하게 막상 마운드 올라가면 힘이 생긴다. 택형이한테 너 수술했을 땐 복귀하고 어땠냐고 물어보니 원래 좀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하긴 하더라. 잘 던지려고 힘쓰려고 하다 보면 밸런스가 깨진다고. 그래도 던지면서 옛날 마운드에서의 느낌이 기억이 났다. 신기했다. 만약 신인급이었다면 무너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
 

# 시즌 첫 멀티 이닝, 그리고 승리투수

1이닝을 던지고 신발 갈아신고 옷까지 갈아입었는데 홈런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점이 돼서 내가 한 이닝을 더 던진다고 했다. 다시 등판 준비를 하고, 캐치볼 하는데도 계속 홈런이 나왔다. 이제 좀 던지고 싶은데, 투수가 바뀌더니 다시 또 '땅'.

내가 작년 4타자 연속 홈런의 당사자다. 김정빈과의 합작품이 있다. 네 번째 홈런 보자마자 작년 생각이 났다. 그때 코치님이 앞에서 홈런 맞았으니까 조심하라고 하셨는데 초구에 맞았다. 홈런? 치는 사람이나 재밌지. 그래도 기분 나쁘진 않았다. '와, 저걸 또 치냐'.

아무튼 1이닝을 더 던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오랜만이라 좋기도 한데 힘들기도 하고. 감이 없어서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감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원래 이렇게 볼넷을 주는 투수가 아닌데, 내가 혼자 너무 힘들게 던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역전당했으면 얼마나 민폐인가. 내가 실점하는 건 상관없지만 내가 실점해서 상황이 안 좋아지고, 팀이 지는 건 싫다. 그거 때문에 열심히 한다. 감독님이 잘 던졌다고 해주셨는데, 감독님께도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나, 박민호라는 선수는

한 경기, 한 경기, 하루하루를 뛴다. 내일이 어디 있나. 내가 맡은 임무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다. 그 역할은 꼭 마운드에서의 무실점만이 아니다. 불펜에서나 더그아웃에서 선후배, 동료들을 잘 연계해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그렇게 열심히 투구하고 싶다. 감독님 살 안 빠지시게.
 

eunhwe@xportsnews.com /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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