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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이동원·이호정, '정확한 기술'로 가능성 열다

기사입력 2010.09.13 08:19 / 기사수정 2010.09.13 08: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그랑프리 주니어 2차대회에 출전한 국내 피겨 유망주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열린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2차대회'에 출전한 이동원(14, 과천중)과 이호정(13, 서문여중)은 각각 4위와 9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고 나이도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여기에 부상을 안고 대회가 열리는 루마니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동원은 지난달 열린 주니어 대표 선발전을 준비할 때, 부상으로 2달 가까이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몸이 안 좋은 것은 이호정도 마찬가지였다. 발목 부상이 심각해 스케이트 토로 찍고 뛰는 토 계열의 점프를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다. 여기에 고관절 부상까지 겹쳐 자신의 장기인 스핀 연습도 차질을 빚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이 처음이었다는 점과 몸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이호정과 이동원은 기술요소(TES)에서 밀리지 않는 기량을 펼쳤다.

이호정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기술 요소 점수는 5위권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또한, 이동원도 프리스케이팅 기술요소 점수는 1위를 차지했다. 한국 피겨 선수들의 장점은 한층 정교한 기술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대회의 점수는 '짠물 점수'로 불릴 정도로 엄격한 기준에서 매겨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밀리지 않은 기량을 펼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교과서에 가까운 기술로 세계무대를 제패하면서 국내 피겨 유망주들도 이러한 롤 모델을 쫓아가고 있다. 국가대표인 곽민정(16, 군포수리고)도 유연한 스핀과 정확한 점프로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국내 스케이터인 이동원과 이호정, 그리고 김해진(13, 과천중) 등은 모두 트리플 점프와 콤비네이션 점프를 익혀가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김해진과 이호정과 함께 '97년생 유망주 3인방' 중 한 명인 박소연(13, 강일중)도 트리플 5종 점프 완성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선수들은 모두 정확한 기술을 익히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잘못 길들여진 기술은 좀처럼 고치기 힘들 듯이 처음 배울 때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규정은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에 유리하게 적용되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2번 치러진 주니어 그랑프리를 놓고 봤을 때, 여전히 정교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고 있다.

이호정은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쇼트프로그램과 롱프로그램에서 각각 -1점의 감점을 받았다.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과 비교해 점프의 종류는 다양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을 큰 실수 없이 소화했다.

이동원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롱 엣지(e로 표기 잘못된 스케이트 에지로 뛰는 점프)와 어텐션(!로 표기, 애매모호한 점프)이 없는 깨끗한 프로토콜을 받았다. 상위권에 오른 선수 대부분이 모두 다운그레이드와 롱 에지 등을 받은 것과 비교할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이호정과 이동원은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기술은 인정받았지만 프로그램 구성 요소 점수(PCS)는 그렇지 못했다. 이동원은 PCS 점수가 부족해 아깝게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또한, 이호정도 PCS 점수가 높았다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비해 표정 연기가 일품인 이호정은 국내 대회에서는 PCS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처음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참가한 선수들이 결코 높은 PCS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국제대회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은 뛰어난 기술과 비교해 늘 스케이팅과 스텝, 그리고 안무 소화력에서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이동원은 뛰어난 기술에 비해 스케이팅 스킬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문제는 비단 이동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선수 대부분이 스케이팅과 안무 소화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연아도 "국제 대회에 나가면 국내 선수들의 스케이팅은 외국의 선수들과 비교해 확실히 차이가 난다. 국내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기본기와 스케이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김연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난도 점프와 정교한 기술, 여기에 최고 수준의 스케이팅과 안무 소화력을 모두 지녔기 때문이다.

고난도 점프의 비중이 새 규정에서 높아졌다고 해도 스케이팅 스킬과 PCS의 중요성은 여전히 퇴색하지 않았다. 정확한 기술과 스케이팅 스킬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됐다.



[사진 = 이동원, 이호정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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