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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평가전,오히려 '독'…강팀과 많이 상대해야

기사입력 2009.06.22 13:12 / 기사수정 2009.06.22 13:12

김지한 기자

- 역대 월드컵 평가전 분석을 통해 본 강팀과의 평가전 중요성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본선을 대비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다양한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다. 8월 12일,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첫 번째 평가전을 갖는 데 이어 9월 5일 호주, 10월 10일 또는 14일 세네갈과 평가전을 갖기로 결정됐다.

이후 11월에는 유럽 원정을 가서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 1위를 차지한 두 팀과 평가전을 갖고, 내년 2월 동아시아축구대회에 출전한 뒤, 3월쯤 남아공 전지훈련을 가기로 계획돼있는 상태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도 실전에 대비한 평가전을 수십 차례 치러왔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 때를 제외하고는 실속없는 상대들과 평가전을 치러 그 의미를 잘 살리지 못했다. 특히, 유럽팀과 제대로 된 평가전을 갖지 않다 보니 원정 본선에서 무승 징크스를 이어갔다.

남미-유럽 원정, 다양한 상대 만나 자신감 상승했던 2002 월드컵 평가전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전을 가졌던 때는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다. 개최국의 이점을 살리면서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의 대표팀 운영 방안에 따라 유럽, 남미, 북중미, 아프리카 등 어느 대륙 가릴 것 없이 평가전을 치렀다. 조추첨이 있은 뒤, 두 달가량 '세계 일주'를 하면서 북중미골드컵에 참가하고, 사상 처음으로 남미에서 평가전(우루과이전)을 치렀으며, 튀니지, 핀란드, 터키 등과 스페인, 독일에서도 평가전을 치렀다.

이어 국내에 들어와서는 코스타리카, 중국, 스코틀랜드 등과 평가전을 가진 뒤, 당시 세계 1위 프랑스와 전통의 강호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을 마지막에 포진시켜 선수들의 자신감을 쌓게 했다.

다양한 상대들과 경기를 가져 어느 팀과 상대해도 자신있게 붙을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았던 당시 우루과이, 터키 등 열성적인 팬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는 실전 경험을 쌓게끔 했다. 상대팀 역시 1진급 주전을 대거 투입시키면서 평가전의 효과는 더욱 배가 됐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결국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 창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 한국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의 평가전에서 2-0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본선에서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무 1패였다.

맞춤형 평가전, 오히려 독됐다

하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평가전을 치르지 못했다. 특히, 확실한 1승 제물로 판단한 팀을 이기기 위해 '맞춤형 평가전'을 갖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럽팀에게는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은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한 조에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유럽팀이 두 팀이나 포진해 있었는데도 본선 직전에 오히려 토고전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첫 경기를 잘해야 남은 경기를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섰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평가전 5경기 가운데 3경기를 아프리카팀과 가졌다. 그러나 날씨가 추운 3월에, 앙골라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2진급 선수를 대거 보낸 세네갈과 경기를 갖는 등 실효성이 떨어졌다.
 
반면, 유럽팀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노르웨이 등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투쟁심이 높아져 있을 본선 진출팀이 아닌 탈락팀과 경기를 갖다 보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큰 효과도 못 봤다.

1,2월 북중미 전지훈련 기간에도 역시 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덴마크, 핀란드 등과 경기를 가졌지만 3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크로아티아는 1.5진급 선수를 한국전에 출전시켰다. 이를 두고 당시에 '부실 평가전을 치른다'는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는 더 심했다. 같은 조에 속한 볼리비아를 잡기 위해 한국은 1달 동안 미국 전지훈련을 하면서 콜롬비아, 미국, 온두라스, 에콰도르 등 미주 대륙팀들과 잇따라 평가전을 가졌다. 그러나 스페인, 독일을 잡기 위해 평가전을 치렀던 상대는 루마니아와 독일 클럽팀인 레버쿠젠이 전부였다.

의미 없는 평가전, 전력 손실 가져오기도

목적이 없는 평가전을 치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였다. 정기전이라는 목적으로 일본, 중국과 개막 한두 달을 남겨놓고 평가전을 가졌다. 빗속 혈투로 기억되는 일본전에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극에 달해 있었고, 마침내 월드컵 개막 1주일 앞두고 가진 중국전에서 대표 스트라이커 황선홍이 상대의 태클에 걸려 중상을 입는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가져 왔다.

우리와 상대할 변변한 팀조차 구하지 못해 유럽, 남미의 클럽팀과 평가전을 가졌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잉글랜드 아스널과 싱가포르에서 맞붙었고, 도르트문트(당시 서독), 스파르타쿠스(러시아), 말뫼(스웨덴), 과라니(파라과이) 등을 홈으로 불러들여 팀당 2경기씩 평가전을 치렀다. 국가대표가 아닌 프로팀과 상대하다 보니 평가전 자체가 실전 경험만 쌓는 것일 뿐 경기력 향상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 2006 독일 월드컵 대표팀

이렇게 역대 월드컵 평가전을 돌아보면서 허정무호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끔 상대를 잘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많은 평가전을 갖는 것도 좋지만 K-리그, 해외 리그 소속팀들이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잘 받춰질 수 있을만큼 적당한 정도의 평가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제대로 된 유럽팀을 평가전 상대로 만나지 못해 본선에서 아픔을 맛봤던 과거의 교훈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상대팀을 섭외하는 데 있어서도 가급적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 주전급이 다수 포진된 팀과 상대해 평가전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1년 반 동안 아시아팀들과만 상대해 왔기에 평가전의 중요성은 허정무호에게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다. 남은 1년을 업그레이드된 팀으로 만들기 위한 '100점짜리 평가전'이 얼마만큼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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