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손흥민에 무너진 인터 마이애미 팬들의 한숨 속에 찬사가 섞였다. "손흥민이 정말 끔찍하게 싫다"는 말 속에는, 그를 막지 못한 좌절과 인정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6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공식 개막전 LAFC-인터 마이애미에서 홈팀 LAFC의 원톱으로 나서 88분을 소화했다. 전반 38분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윙어인 다비드 마르티네스의 선제골을 도왔다. LAFC가 3-0 완승을 거두면서 손흥민은 이날 결승골 어시스트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종료 후 인터 마이애미 구단 팬 팟캐스트 채널인 '드라이브 핑크 다이얼로그'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경기 리뷰를 통해 LAFC의 공격진을 언급하며 노골적인 감탄과 자조를 동시에 쏟아냈다. 특히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의 '흥부 듀오'를 두고 "이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상대하기 힘든 조합"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진행자는 먼저 이날 팀 수비진의 부진을 짚으면서도 일정 부분 '정상참작'을 요청했다. 그는 "이 상황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우리 수비진은 부앙가와 손흥민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건 이 대륙(북중미) 전체를 통틀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하게 힘든 일"이라며 "전반전만큼은 우리 수비진에게 어느 정도 공을 돌려야 한다. 그만큼 상대를 막는 일은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우리 수비가 더 잘해야 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두 번째 포인트는 이들이 점점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면서도, 상대 공격진의 클래스만큼은 인정한 셈이다.
채팅창 반응을 읽던 중에는 더욱 직설적인 표현이 나왔다. 한 시청자가 "오늘 부앙가는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댓글을 남기자,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제가 한마디 하자면… 심지어 손흥민조차도,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지만 솔직히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 나는 손흥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정말 끔찍하게 싫다. 나는 선수로서의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악의적 비난이라기보다 상대 에이스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패배 팀 팬의 분통에 가까웠다. 압도적인 실력에 대한 일종의 '역설적 찬사'였다.
전술적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우리 팀 두 센터백이 모두 그렇게 라인을 높이 올리고 전진해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상대에 부앙가, 마르티네스, 손흥민 같은 부류의 선수들이 있다는 걸 안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오르다스까지 교체로 들어왔다. 상대 팀에는 언제든 우리 뒷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는 발 빠른 선수들이 널려 있었다. 정말 최악의 수비 판단이었다"고 한탄했다.
결국 핵심은 하나였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공간 침투 능력은 북중미 무대에서도 '공포 그 자체'라는 평가다. MLS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적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인터 마이애미 팬들조차 "손흥민이 너무 잘해서 싫다"고 말할 정도라면, 이는 상대팀 팬들도 이미 인정한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026시즌 첫 공식전 두 경기를 호쾌한 연승으로 기분 좋게 장식한 LAFC는 오는 25일 홈구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BMO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 팀 레알 에스파냐와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1라운드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미 지난 18일 원정 1차전에서 6-1 대승을 거둔 LAFC는 5골차라는 여유와 함께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첫 공식전 두 경기에서 도합 1골 4도움을 쓸어담은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세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적립을 노린다.
시선은 다시 그의 발끝으로 향한다. 적까지 인정한 존재감이다. 개막과 동시에 MLS를 흔든 손흥민의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