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브라질의 벽은 너무 높았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브라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랭킹 6위' 브라질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전반 2골, 후반 3골을 내줘 0-5로 패했다.
전반 13분 이스테방, 41분 호드리구에게 실점한 대표팀은 후반 2분과 4분에도 각각 이스테방, 호드리구에게 연속 실점했고, 비니시우스에게도 실점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날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37경기를 뛰어 한국 축구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갈아치운 손흥민도 전방에서 분전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초반 나온 김민재의 실수가 아쉬웠다. 김민재의 실수로 세 번째 골을 내준 후 연이어 실점을 내주면서 흐름이 완전히 브라질 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세계와의 격차만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대표팀은 이번에도 백3 전술을 실험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고, 김주성, 김민재, 조유민이 백3를 맡았다.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과 설영우가 섰고 중앙은 백승호, 황인범이 호흡을 맞췄다. 최전방 스리톱은 이재성, 손흥민, 이강인이 맡았다.
손흥민은 브라질전을 통해 통산 A매치 수를 137경기로 늘려 차범근 전 감독, 홍명보 감독을 넘어 1위에 올랐다.
이재성도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며 센추리 클럽 가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벤치에는 김승규, 송범근, 이한범, 김주성, 박진섭, 김지수, 이명재, 이태석, 정상빈, 원두재, 백승호, 옌스 카스트로프, 김진규, 엄지성, 이동경, 황희찬이 앉아 후반 출격을 기다렸다.
브라질 역시 가동할 수 있는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벤투 골키퍼를 비롯해 비티뉴,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에데르 밀리탕, 도글라스 산투스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카세미루,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중원을 구성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 이스테방, 마테우스 쿠냐까지 4명의 공격수가 선발로 나와 득점을 노렸다.
우고 소자, 존 빅토르, 파울루 엔히키, 파브리시우 브루노, 루카스 베랄두, 카이우 엔리케, 카를로스 아우구스투 루카스 파케타, 조엘린통, 안드레, 주앙 고메스, 히샬리송, 루이스 엔히키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이고르 제수스가 벤치에 앉았다.
경기 초반부터 브라질이 공격에 나섰다. 전반 4분 호드리구가 중앙 먼 거리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공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중원에 두 명만 두고도 원활한 볼 배급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달라붙을 때마다 개인기로 탈압박을 해냈다.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브라질 선수들은 오히려 물기 머금은 잔디를 반기는 듯 가벼운 터치와 날카로운 패스 및 개인기로 태극전사를 휘어잡았다.
결국 전반 13분 환상적인 공격 전개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공간을 촘촘히 막고 있던 대표팀 수비진의 틈을 노려 정확한 패스를 찔렀다. 이태석 시야 뒤로 돌아 들어간 이스테방이 조현우를 앞에 두고 오른발로 가볍게 마무리하며 1-0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이후 세트피스를 통해 카세미루가 헤더 골을 터뜨렸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점수를 더 벌리지 못했다.
전반 27분엔 브라질이 공격을 풀어나간 뒤 페널티지역으로 배달된 볼을 비니시우스가 문전에서 오른발 뒤꿈치 슛을 시도했으나 이를 읽은 김민재에 의해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득점이 됐더라면 환상적인 골이 될 뻔했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역습을 노려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다.
브라질이 경기를 주도하던 전반 막판 브라질의 추가골이 나왔다. 전반 41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호드리구가 수비 2명을 앞에 두고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골망을 갈랐다. 소속팀 동료 비니시우스, 전 동료 카세미루와의 삼자 플레이가 돋보였다.
결국 전반전은 브라질의 2골 차 리드로 종료됐다.
홍명보 감독이 7월부터 실험했던 백3 전술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을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다. 전술 문제를 넘어서 선수 개인 기량부터 크게 밀리는 모습이었다.
전반 점유율은 브라질이 62%, 대표팀이 38%로 6대4가까이 밀렸고, 슈팅 수도 7대1로 크게 뒤졌다. 유효 슈팅은 브라질이 3개였던 반면, 대표팀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인범을 투입하고 옌스 카스트로프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김민재의 실수로 추가 실점을 내주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김민재가 수비 진영에서 볼 처리에 실수를 저질렀고, 압박하러 들어온 이스테방이 곧바로 탈취해 멀티골을 작성했다.
후반 4분에는 백승호가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에 공을 빼앗겼고, 브라질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비니시우스가 침착하게 왼족의 호드리구에게 내줬고, 호드리구는 골문 반대편을 보고 오른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어 4-0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후반 17분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을 불러들이고, 오현규, 박진섭, 김진규를 투입해 변화를 가져갔다. 이로써 손흥민은 브라질전 무득점 기록을 5경기로 늘렸다.
교체 투입된 김진규는 후반 20분 먼 거리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리며 브라질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코너킥을 통해 득점 기회를 잡아봤으나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브라질도 선수를 대거 교체했다. 비티뉴, 도글라스 산투스, 이스테방을 빼고 파울루 엔히키, 카를로스 아우구스투, 루카스 파케타를 투입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브라질 선수들에게 악착 같이 달려들었으나 후반 30분 카세미루가 단 한 번의 턴으로 2명의 압박을 벗겨내는 등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후반 31분 백승호를 빼고 원두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코너킥 공격이 브라질에 막힌 후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역시 브라질의 개인 기량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하프라인에 대기하고 있던 비니시우스에게 한 번에 연결됐고, 비니시우스는 빠른 스피드로 단독 돌파했다. 박스 안에서 페인팅 동작으로 이태석과 조현우를 무력화시키고 이날 경기 5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직후 비니시우스, 쿠냐, 브루노를 불러들이고, 히샬리송, 안드레, 이고르 제수스를 투입했다. 대표팀도 이강인 대신 K리그1에서 물 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경을 넣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추가시간 1분까지 만회골도 넣지 못하고 5점 차 참패를 받아들고 말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