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에 또 한 명의 '복덩이'가 등장했다.
육성선수로 입단한 박찬형이 팀의 전반기 3위 확정을 견인하는 '미친 수비'를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지난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1차전에서 연장 11회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이날 3-1로 앞선 9회초 멀티 이닝 투혼을 불사르던 최준용이 2사 2, 3루에서 강승호에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허용, 리드가 사라졌다. 바뀐 투수 김상수까지 이유찬에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롯데는 일단 9회말 1사 3루에서 이호준의 내야 땅볼 때 1루수 야수 선택으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불펜 필승조를 모두 소모했던 터라 연장 승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연장 11회초 좌완 심재민이 선두타자 박준순을 내야 안타로 출루시키면서 무사 1루 위기에 몰렸다. 두산 벤치는 곧바로 박계범에 희생 번트 작전을 지시, 1루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려고 했다.

롯데 내야는 전진 수비로 박계범을 압박했다. 박계범은 3루 쪽으로 번트 타구를 보낸 가운데 롯데 3루수 박찬형이 두산을 좌절시켰다.
박찬형은 과감하게 홈 플레이트 쪽으로 달려든 뒤 박계범의 번트 타구를 잡자마자 주저 없이 2루 송구를 택했다. 빠르고 강한 송구로 1루 주자를 2루에서 포스 아웃 처리, 두산의 공격 흐름을 끊어놨다. 자칫 무사 1, 2루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를 두려워 하지 않는 배짱이 돋보였다.
박찬형은 계속된 1사 1루에서도 빼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강승호의 내야 땅볼 타구가 3루 베이스 쪽으로 굴러온 가운데 이번에도 1루가 아닌 2루 승부를 택했다.
박찬형의 송구는 1루 주자 박계범보다 간발의 차로 빨랐다. 이 과감한 수비는 롯데가 11회초 수비를 무실점으로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롯데의 이날 게임 히어로는 타격에서는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이호준이었지만, 수비에서는 이견의 여지 없이 박찬형이었다.
롯데는 이날 두산을 제압하고 전반기 3위를 확정했다. 10일 전반기 최종전에서 연승과 위닝 시리즈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박찬형은 경기 종료 후 "첫 번째 번트 수비 상황은 원 바운드로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2루 승부를 해야겠다는 순간 판단이 있었다"며 "공을 잡는 과정에서 포수 손성빈이의 2루 콜도 과감한 승부에 도움이 되었다. 또 경기 전 문규현 코치님과 번트 수비 훈련을 하며 조언을 들었던 것 덕분에 몸이 반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 타구 수비 때는 연장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 공을 잡았을 때 1루 주자가 4분의 3정도 와 있었고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2002년생인 박찬형은 배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여름에 열린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독립리그에서 KBO리그를 향한 꿈을 키웠다.
박찬형은 2024년 연천 미라클에서 35경기 타율 0.402, 39안타 38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리그 MVP를 수상한 뒤 올해는 화성 코리요에서 뛰던 상황에서 지난 5월 롯데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고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박찬형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 6월 18일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감격적인 1군 엔트리 등록의 기쁨을 맛봤다. 15경기에서 타율 0.400(40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 OPS 0.967의 뛰어난 타격과 빠른 발, 안정된 수비로 소금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롯데는 주전 3루수 손호영과 2루수 고승민이 부상으로 이탈, 내야진 운영이 꼬인 상태였다. 박찬형이 혜성처럼 등장해 두 사람의 공백을 적재적소에 훌륭하게 메워주면서 전반기 막판 순위 다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