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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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에게 다가선 것만으로도" 두산 플랜B가 韓 탈삼진 역사 쓰기까지

기사입력 2021.10.24 17:50 / 기사수정 2021.10.24 18:07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가 차선책으로 영입한 미지수는 열 달 뒤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우며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미란다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1경기(팀 간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삼진 4개를 더하며 올 시즌 225탈삼진을 완성한 그는 지난 1984년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세운 223탈삼진을 뛰어 넘으며 올 시즌 탈삼진 부문 1위 자리도 공고히 했다. 

이날 4⅓이닝 동안 사사구를 7개 내 주며 흔들린 미란다는 벤치의 빠른 결단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지만, 지난 36년 동안 나오지 않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하며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영광을 누렸다. 두산은 이날 미란다에 이어 이영하가 부족한 이닝을 채우며 버텼고, 타선의 활약으로 4-2 승리를 거두며 4위를 되찾았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23일 미국과 일본, 대만 야구를 경험한 미란다를 총액 80만 달러(연봉 55만 달러)에 영입했다. 최고 151km/h의 직구를 뿌리는 쿠바 출신의 좌완이 포크볼 등의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한다는 걸 매력으로 봤다. 애초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로 압도적이었던 라울 알칸타라(한신)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크리스 플렉센(시애틀)과 계약을 우선시했다가 영입한 차선책이었기에 검증이 필요했다.

시즌 초반에는 들쑥날쑥한 제구로 인해 기복도 심했다. 이때에도 탈삼진 능력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투구는 아니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잠실 한화전부터는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이떄부터 1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는데, 이는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 시즌 최다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면서 두산 구단의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두산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거듭난 미란다는 KBO리그 역사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앞서 그는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 이후에 "탈삼진 기록에 대해 주변에서 이야기해 줘 알고 있다. 최동원 선수의 기록에 근접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나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에 2개만을 남겨 놨던 그는 닷새 뒤 신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는 미란다는 MVP 후보로도 평가받는다. 승리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그는 지난 2006년 한화 시절의 류현진 이후 없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거로도 기대받았다. 지금은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에서 자신의 기록과 싸운다. 

두산의 에이스로서 책임감도 생겼다. 이전에는 '에이스로서 부담을 느끼느냐'고 물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겠다"고 답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나를 단지 외국인 선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발진에도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노력의 결실을 맺기를 바라지만 흔들릴 때가 온다면 내가 잘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한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가 역대 한 시즌 탈삼진 기록 순위권에 든 뒤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만 해도 팀에 많이 도움되고 있다"며 "선수들과도 잘 지내는 걸 보면 좋다. 미란다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대만에서도 야구를 했다. 다른 곳에서도 야구에 대한 경험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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