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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 엑스파일] 정의윤의 놀라운 변화, 어떻게 시작됐을까

기사입력 2015.10.06 09:41 / 기사수정 2015.10.06 09:50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정의윤(29)은 한 시즌, 아니 시즌의 절반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정의윤의 이런 변화는 본인은 물론 팀에게 당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을 일게 했다.

시즌의 후반기가 막 시작되던 2015년 7월 24일. 정의윤은 9시즌, 햇수로는 10년을 몸 담았던 LG를 떠나 SK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오른손 대타감이 필요했던 SK의 선택은 '만년 유망주'라 평가받았던 정의윤이었다.

이적 직후부터 펄펄 날았던 것은 아니었다. 잘 맞은 타구는 상대 수비에 잡히기 일쑤였고, 멀리 날아간다 싶으면 매번 폴대 밖이었다. 계속 안되면 "기습번트라도 쳐서라도 나가야겠다"고 말할 만큼 스트레스가 많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의윤은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먼지 쌓여있던 정의윤의 잠재력을 터뜨린 것이 바로 정경배 타격코치였다. 정의윤이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은 말이 "정경배 타격코치님과 상의를 많이 하면서 좋아졌다"라는 감사의 인사였다. 

정경배 코치는 정의윤을 어떻게 바꿔놓은 것일까. 정 코치는 이적 직후 정의윤에 대해 "힘이 좋았는데 힘을 못 쓰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테이크백(타격 시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보완점이었지만 그만큼의 성장 가능성이 보였다.

정경배 코치가 가장 먼저 권유한 것은 배트 교체였다. 정 코치는 "힘이 좋은 선수인데, 최정과 비교했을 때 최정보다도 더 짧고 가벼운 방망이를 쓰고 있더라"고 돌아봤다. 이후 정의윤은 33.5인치 880g 방망이에서 34인치 900g 방망이로 교체했다. 

정 코치는 바뀐 배트를 연습 때 써보고 시즌 후 본격적으로 써보자고 했지만 정의윤은 "칠 수 있겠다"고 말하곤 얼마 안돼 방망이를 다른 선수에게 모두 줘버렸다. 그리고 방망이를 바꾼 정의윤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홈런을 쳐내기 시작했다. 팀을 옮기기 전까지는 한 개도 없던 홈런이었다.



타격폼도 변화를 줬다. 정경배 코치는 "테이크백 이외에도 손 위치를 좀 내렸고, 배트 끝을 강정호처럼 뒤쪽으로 보내게했다. 그리고 박병호처럼 치는 순간 뒤로 넘어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코치진은 시즌 중에는 천천히 고쳐나가고, 시즌 후 본격적으로 다듬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의윤의 적응과 그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정경배 코치는 "김용희 감독님께서도 시즌 끝나고 연습을 많이 시켜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자기가 며칠 만에 습득을 다 했다. 감이 좋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방망이와 타격폼을 한두달 만에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나도 놀랐다"고 전했다.

아직도 보완해나가는 중이긴 하지만 바뀐 배트와 타격폼에 적응한 정의윤은 조금씩 힘을 실어나갔다. 단 한 번도 우측 담장을 넘겨본 적이 없던 정의윤은 조금씩 오른쪽으로 가는 타구가 많아지다가 9월 8일 문학 롯데전에서 처음 우측으로 넘어가는 홈런을 때려냈다. 이후에도 우측 방향 타구의 빈도 수가 높아졌다.





SK는 천신만고 끝에 KBO 역사상 첫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따낸 팀이 됐다. 정의윤의 활약이 없었다면 SK가 가을 야구행 티켓을 따낼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 모른다. 잠재력이 기술적, 심리적 변화를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폭발한 셈이었다. 활약은 반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좋아졌다. 모든 이들이 단기간 내 잠재력을 폭발시킨 정의윤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정의윤은 9월 타율 4할2푼2리, 9홈런 23타점 맹타를 휘두르면서 SK의 막판 스퍼트에 힘을 실었고, 생애 첫 월간 MVP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결국 정의윤은 91경기 259타수 83안타 51타점 14홈런 38득점 3할2푼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홈런과 타점 등 짧은 시간 동안 이미 자신의 종전 기록들을 모두 넘어섰고,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3할 타율도 넘어섰다.

'대타감'으로 데리고 온 정의윤은 이제 블랙홀이나 다름 없었던 팀의 붙박이 4번타자가 됐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고 그 이상의 기대를 품게 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눈앞에는 '포스트 시즌'이라는 또다른 무대가 펼쳐졌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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