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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 명예회복 나선 김연아…'여왕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기사입력 2014.03.21 14:13 / 기사수정 2014.05.07 15: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마침내 대한체육회가 김연아의 판정 논란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21일 "소치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심판 구성에 대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대한빙상연맹과 공동으로 ISU 징계위원회에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판정에 대해 불복하거나 이의가 있을 경우 경기 당일로부터 30일 이내 항소한다. 한국시각으로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이 끝난 날짜는 2월 21일이었다. 21일이 김연아의 판정 여부에 항의할 수 있는 최종 마감일이다. 김연아의 팬들 중 일부는 D-Day인 21일 대한체육회 앞에서 공식 항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김연아가 편파 판정으로 올림픽 2연패를 놓쳤다는 여론이 뜨겁자 체육회는 지난 10일 "전문가와 법률을 동원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21일 오전 오랫동안 심사숙고했던 과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체육회는 선수의 동의와는 상관없이 21일 오후 ISU 징계위원회에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이로써 '피겨 여왕'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게 됐다. 체육회가 항의의 표적으로 삼은 것은 피겨 여자싱글 심판진의 구성이다.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은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심판진의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피겨 여자싱글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심판진의 배정은 도마 위에 올랐다.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다 보니 유럽심판 위주로 구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선수 채점에 열쇠를 쥔 중요한 포지션을 러시아인들이 장악했다는 점이다.

테크니컬 컨트롤러는 심판진의 '노른자'로 비유할 수 있다. 컨트롤러는 선수들의 기술 성공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소치에서 여자싱글 컨트롤러를 맡았던 이는 알렉산더 라케르니크였다. 그는 러시아 피겨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경력이 있다.

채점에 참가한 심판 9명 중 우크라이나의 유리 발코프는 1998년 나가노대회에서 승부 조작 의혹으로 1년 간 자격이 정지된 경력이 있다. 또한 러시아인인 알라 셰코브초바는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의 아내로 밝혀졌다. 특히 셰코브초바는 경기를 마친 소트니코바와 포옹을 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일으켰다. 핀란드인으로 알려진 저지 올가 바라노바가 과거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심판 생활을 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바라노바는 자기 소개서에 199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핀란드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누가 봐도 러시아 선수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는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를 무려 22.23점이나 끌어올렸다. 또한 저지(채점을 매기는 심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물론 구사한 기술도 대부분 인정을 받았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1개의 기술요소에서 1점 이상의 가산점을 받았다. 가산점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트니코바가 '폭풍 가산점'을 챙기고 있을 때 김연아는 상대적으로 적은 가산점을 받았다.

또한 러시아 피겨 여자싱글의 에이스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는 실수를 연발했지만 200.57점을 받으며 5위에 올랐다.

심판 항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김연아 측이 결과를 받아들였고 시상식에 올랐다. 한 번 내려진 심판의 판정(점수)은 번복되기 어렵다. 결국 대한체육회와 연맹 측은 심판진을 겨냥했다.

심판진 구성에 대한 의혹은 크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페어에서도 판정에 대해 큰 논란이 발생했다.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 조는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금메달 수상이 예상됐지만 이들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캐나다 측은 곧바로 항의에 나섰고 결국 이들은 명예를 회복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조와 함께 공동 우승자로 결정됐다. 판정이 번복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심판 중 한 명이 '양심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심판은 러시아 측의 압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번 소치올림픽에 참여한 심판진들은 요지부동이다. 컨트롤러로 참여한 라케르니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떳떳하다. 누가 봐도 소트니코바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고 주장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되지 않는 이상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 판정 번복은 힘들어도 '피겨 여제'가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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