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이 역대 월드컵 최고 폭염 속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FIFA가 작은 플라스틱 물병 반입도 안 된다는 황당한 규정을 대회 개막 일주일 남겨놓고 도입했다.
물도 경기장 내에서 돈 받고 팔겠다는 뜻으로, 영국 등 유럽에선 적지 않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4일(한국시간)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규칙 변경을 전하면서 경기장 내 1리터 이하의 플라스틱 병도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FIFA는 기존엔 최대 1리터 용량의 빈 투명 재사용 플라스틱병을 경기장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통해 경기장 내 식수대, 심지어 화장실 등에서 빈 병에 물을 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엔 안전 문제로 인해 플라스틱 병도 일체 반입 금지하게 됐다는 게 FIFA의 긴급 결정이다. 이로 인해 관중들은 음료 마시기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BBC는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컵, 항아리, 캔과 함께 플라스틱 병도 팬들이 던져서 발생하는 부상 위험을 줄일 것이라며 FIFA가 금지했다"고 전했다.
FIFA는 성명서에 "우리는 모든 선수, 심판, 팬, 자원봉사자, 그리고 스태프들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규정 변화에 따라, 팬들은 경기장 안에서 물도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엔 관중이 빈 병을 갖고 와 경기장 내 물을 담아서 마시는 게 가능했지만 이젠 이마저 불가능하게 됐다.
FIFA는 '물 판매'를 두고 "평소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번 규정 변화로 열 관련 질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BBC는 "열 전문가들은 FIFA 규정 변화를 비판했다. (플라스틱 병) 반입 금지가 명백히 열 관련 건강 사고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5월, 과학자들은 16개 개최지 중 14개 장소 기온이 위험 수준을 초과해 FIFA의 열 안전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경고했다"라고 밝혔다.
FIFA는 이에 대해 "FIFA는 경기장을 방문하는 팬들을 위한 열 완화 요소에 대해 각 개최 도시 위원회 및 지방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경기장 주변의 미스트 스테이션, 선풍기, 수분 공급 스테이션, 냉각 텐트 등의 자원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장 내부의 물 가격은 각 경기장에서 열리는 다른 이벤트와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IFA는 이번 대회에 기온과 관계없이 수분 보충을 위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도입했다. 선수들은 전반과 후반 22분 경, 3분 간의 휴식을 가지며 물을 마신다. 선수는 물론 관중과 심판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온열질환 발생을 낮출지는 미지수다.
BBC는 "올리 제이 시드니 대학 열 및 건강 관련 전공 교수는 선수들보다 관중의 복지가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제이는 BBC를 통해 "선수들의 인구를 보면 모든 선수가 아주 건강하다. 반대로 관중들은 다양한 범주의 건강을 가진 사람들이 입장한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든 사람,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 다양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과 같이 다양한 수준의 온열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균적인 관중은 고강도로 관리된 프로 선수들보다 온열에 취약할 것"이라며 관중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나아가 팬들이 경기장에 오면서부터 온열질환에 노출돼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관중석에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것 역시 계속 고열에 노출되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잉글랜드 서포터들은 FIFA의 플라스틱 병 반입 금지에 큰 우려를 전했다.
서포터 대표자들은 SNS를 통해 "경기장에서의 무료 물 공급은 중요한 문제였고, FIFA는 팬들이 직접 물병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확인했다"며 "서포터들은 FIFA가 팬들을 다시 한 번 '돈줄'로 생각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월드컵 경기장의 식수대가 여전히 무료이기를 바란다. 물에 요금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