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김근한 기자) '같은 피'라는 단어를 왼팔에 문신으로 새긴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데인 더닝이 전날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팀의 극적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에 힘을 보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 성적 2승2패를 기록했고, 맞대결 실점률 계산에서 유리한 수치를 확보하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2회초 문보경의 선제 투런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3회초 연속 장타로 4-0까지 달아났다. 이후 5회초 문보경의 적시타와 6회초 김도영의 적시타로 6-1 리드를 만들며 2라운드 진출 조건을 충족했다.
8회말 1실점을 허용하며 다시 탈락 가능성이 생겼지만, 9회초 김도영의 볼넷과 이정후의 내야 안타, 그리고 상대 실책으로 만든 기회에서 안현민의 희생 뜬공이 나오며 귀중한 1점을 추가했다. 마지막 9회말은 조병현이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극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더닝 역시 불펜에서 힘을 보태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전날 대만전에서 치명적인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호주전에서 마음을 다잡고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통산 28승'을 기록 중인 더닝은 2023년 월드시리즈 1, 2차전 연투 후 개인 커리어 통산 두 번째 연투에 나섰다.
더닝은 7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볼넷으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더닝은 후속타자 유격수 방면 병살타 유도 뒤 헛스윙 삼진으로 한국의 리드를 지켰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더닝은 "오늘 마운드에 올라가서 머릿속에 있었던 건 단 하나였다. '역전을 허용하지 말자, 점수를 허용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전했다.
전날 대만전의 아쉬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더닝은 "어제는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홈런이 불운하게 나왔다"며 "1볼 상황에서 던진 슬라이더도 나쁘지 않은 공이었지만 페어차일드가 좋은 스윙을 했다. 그게 야구라고 생각한다"고 고갤 끄덕였다.
이어 "어제는 솔직히 조금 화가 나 있었다. 내 투구 내용에 스스로 화가 났다"며 "오늘은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그냥 내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호주전에서도 초반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그는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바로 흐름을 되찾았다.
더닝은 "첫 타자 볼넷은 정말 아쉬웠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건 절대 허용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야구는 돌고 도는 경기다. 다행히 오늘은 좋은 쪽으로 흐름이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대표팀 생활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더닝은 "이 팀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즐겁다.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도 모두 재미있다"며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잘 어우러진 팀이고 재능 있는 선수들도 많다.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도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더닝은 "우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팀이 미국으로 가서 야구를 경험하게 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여정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해 WBC 2라운드 일정을 소화한다. 더닝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이어질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표팀과 함께할 시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도쿄,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