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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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무대에 선 ‘옴므’ 윤성영 감독, 그가 그리는 2026 한화생명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5.12.17 18:45 / 기사수정 2025.12.17 21:03



(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한화생명e스포츠의 2026 스토브리그는 팀의 윤곽을 새롭게 그리는 과정이었다. ‘구마유시’ 이민형 영입으로 바텀의 핵심 축이 바뀌었고, 이어 ‘카나비’ 서진혁이 LCK로 합류하며 운영의 결도 달라졌다. 전력 보강을 넘어,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선택이 분명하게 드러난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에 마침표를 찍은 이름이 있다. ‘옴므’ 윤성영 감독이다. LPL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한화생명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LPL 정상권 팀을 이끌며 우승 경쟁을 경험한 지도자가 LCK 무대에서 어떤 색을 꺼내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제 한화생명은 밑그림 위에 붓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선수단과 지휘봉을 동시에 바꾼 2026년, ‘오렌지 전차’는 어떤 그림을 그려가게 될까. 그 출발선에서 윤성영 감독의 구상과 목표를 들어봤다.


Q. 한화생명e스포츠에 합류한 이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까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적응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 정말 오랜만에 왔다. 중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아서 지금은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LPL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는데, 생활 방식에서도 차이를 느끼고 있나.

생활적인 부분에서는 굉장히 편하다. 다른 팀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화생명은 환경이 정말 잘 갖춰져 있어서 생활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다. 한국에 와 보니 선수들, 코치진이 맡고 있는 역할이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Q. LPL에서 활동하며 느꼈던 리그의 특징과, LCK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밴픽 기조도 다르고, 운영 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더 체감이 된다. 특히 ‘카나비’ 서진혁도 LPL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선수다 보니, 운영의 틀이나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맞춰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코치진의 역할 분담이 잘 돼 있고, 한화생명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Q. 지도자로서 오랜 기간 활동해 왔는데, LPL에서의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웠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선수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걸 많이 배웠다. 게임적인 부분에서도 선수들과 비슷한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보는 관점과 코치, 감독이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큰 틀에서 판단해야 할 순간에 결정을 잘 내려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배웠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선수가 있다면?

아무래도 ‘카나비’와 함께했던 시간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MSI 우승을 했던 순간도 기억에 남고, 2023년 롤드컵 4강에서 패배했던 경기 역시 강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한화생명에서 함께하게 됐는데,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처음 시작하는 이 시간들 역시 앞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Q.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한화생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사실 올해 둘째가 태어나서 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일을 한다면 LCK로 오거나, 아니면 쉬거나 둘 중 하나였다. 중국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온 팀들도 대부분 LPL 팀이었는데, LCK에서는 한화생명이 조건이나 생활적인 부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좋았다. 주변에서도 가게 되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Q. ‘댄디’ 최인규 감독도 한국 복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들었다.

맞다. 인규가 예전에 한화생명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한국에 온다고 하니까 감독으로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인규에게서 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모글리’ 이재하 코치와 함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생활적인 부분도 많이 물어봤는데, 잘 설명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 또 케스파컵 현장에서 ‘마타’와도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에 따로 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Q. 코치진은 이재하, 연형모 코치로 완전하게 구성이 됐다. 새롭게 구성된 코치진과는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나.

연형모 코치의 경우 선택지가 많진 않았다. 한화생명에 와서 ‘모글리’ 이재하 코치를 만나보니 나와 이재하 코치 정도면 꼭 포지션 코치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급 코치가 왔으면 좋겠다고 한화생명에 요청했다. 감독급 코치가 와서 함께 큰 틀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지금은 코치진 역할을 맞춰가는 단계다. 이재하 코치가 한화생명에 오래 있었고, 생각보다 맡아왔던 일도 많더라. 그래서 내가 조금씩 부담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감독과 코치의 역할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새로 온 입장에서 최대한 기존 방식에 맞추려 한다. 코치들 모두 굉장히 똑똑하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Q. 한화생명 감독으로서 처음 치른 공식 대회가 케스파컵이었다. 전체적인 소감을 듣고 싶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지휘하기보다는 지켜보는 느낌이 컸다. 기본적인 부분만 확인했고, 내가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 다른 점이 워낙 많아서 그걸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호흡을 충분히 맞춘 상태는 아니었지만, 첫 대회라는 점에서는 다른 팀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거라고 본다. 우승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이 좋다는 건 충분히 확인했다. 시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더 맞춰가면 될 것 같다.


Q. 결승에서 T1을 만나보니 어땠나?

서로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도 경기력이 케스파컵 처음보다 더 올라와 있더라. 확실히 강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T1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Q. 패배 속에서도 얻은 수확이나, 팀 운영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시즌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케스파컵을 치르면서 이 팀의 방향성이 맞는지, 또 바꿔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떠오른 방향이 맞는지는 실제로 실행해봐야 알 것 같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또 다른 방향을 찾게 될 것 같다.


Q. 현재까지 본 한화생명 선수단의 인상은 어떤가?

기본적인 체급은 정말 좋다고 느꼈다. 다만 나와 ‘카나비’가 중국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LCK 기조에 얼마나 빠르게 맞춰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가 두 명 있기 때문에, 기존 멤버들이 많이 바뀌지 않은 팀보다 합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 합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Q. 피드백 중에 종종 중국어가 나오는 경우도 있나.

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게임 용어나 챔피언, 라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중국어 단어가 섞여 나올 때가 있다. 다행히 이런 부분은 곧 자연스럽게 고쳐질 것 같다(웃음).


Q. 팀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아직 호흡이 맞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5경기까지 끌고 간 걸 보면 한타 능력은 확실히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한타에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Q. 시즌 전 반드시 끌어올려야겠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

선수마다 느낀 점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카나비’와 ‘구마유시’가 새로 합류하면서, 바텀 간의 호흡이나 정글–바텀 간의 호흡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런 부분은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연습을 통해 맞춰가야 할 것 같다.


Q. 전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밴픽을 진행했나. 아직 선수들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텐데, 선수들이 원하는 픽 위주로 가져간 건지 궁금하다.

원래는 이재하 코치와 일부 선수들이 중심이 돼서 대화를 많이 해왔던 것 같더라. 그래서 일단은 그 흐름을 지켜보는 단계였다. 이번 케스파컵에서는 코치진이 보기엔 고민되는 픽이라도, 선수들의 생각이 확고하면 어느 정도는 그대로 가져갔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맞춰 나가야 할 것 같다. 이재하 코치가 팀과 선수들을 굉장히 잘 알고 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유 있고 편안했다. 내 역할은 큰 틀에서 밴픽을 보면서,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거라고 본다. 결국 전체를 가장 잘 보는 선수나 코치가 중심이 돼서 말하는 구조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은 누가 그 역할을 맡는 게 가장 좋은지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Q. 기존에 선수들의 밴픽 관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 편인가.

LPL에서는 비교적 강압적인 게 있었는데, LCK에서는 또 다른 방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지켜보면서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틀 안에서 두 가지, 많아야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 안에서 픽을 고르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선택은, 말 그대로 선수를 전적으로 믿고 가는 거라서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Q. 한화생명에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다면.

‘제우스’ 최우제다. 직접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웠다. 예를 들어 챔피언 상성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제우스'는 불리함이 느껴지지 않는 플레이를 한다. 원래 지는 구도에서도 반반을 만든다.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Q. ‘구마유시’ 이민형의 합류로 팀 운영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다른 원거리 딜러도 마찬가지지만 구마유시’는 ‘구마유시’만의 색깔이 있다. 지금은 아직 시작 단계라서 우선은 각자의 색깔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아갈 생각이다. 


Q. ‘카나비’ 서진혁이 LCK와 잘 맞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케스파컵을 치르면서 왜 그런 우려가 나왔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 원래 한화생명만의 스타일이 있었을 텐데, LPL에서 온 정글러다 보니 기존 색깔보다는 ‘카나비’의 색깔이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난 느낌이 있었다. 이런 부분은 시간을 두고 차츰 맞춰 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Q. 미드 ‘제카’ 김건우, 서포터 ‘딜라이트’ 유환중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두 선수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솔직히 오기 전에는 ‘제카’와 ‘딜라이트’가 예전보단 폼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생각보다 ‘제카’가 라인전을 너무 잘하더라. 올해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굉장히 성실하고, 준비도 많이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딜라이트’도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이니시를 여는 감각이 굉장히 좋고, 라인전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마음만 다잡고 열심히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 두 선수 모두 기본 기량이 확실한 선수들이라 좋게 보고 있다.


Q. 본인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팀의 모습은 어떤 팀인가?

선수들 간의 호흡이 좋고, 한타를 잘하는 팀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Q. ‘강팀’의 기준도 그 지점에 있나.

그렇다. 강팀은 결국 한타를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운영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타를 못 하면 한 번에 게임이 뒤집힐 수 있다. 반대로 한타를 잘하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한타력이다.

이런 피지컬적인 부분은 지도자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e스포츠는 결국 선수들이 중심이다. 운영 역시 중요하지만, 운영을 잘하기 위해서도 선수들 간의 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2~3년을 함께한 팀처럼 빠르게 합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팀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Q. 다가오는 LCK 시즌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장 LCK 컵부터 잘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워낙 강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시즌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특히 주목하고 있거나 견제되는 팀이 있나?

사실 LCK에서는 리그 기준으로는 젠지가 가장 강했고, 큰 대회에서는 T1이 계속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젠지와 T1이 가장 경계되는 팀이다.


Q. 한화생명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2~3년간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그 걸 한 번에 보답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선수들이 워낙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서, 열심히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보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Q.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다들 이미 좋은 성적을 냈고, 스스로 대단한 선수라는 것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열정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그 열정을 다시 끌어내야 더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자만하지 말고, 팀 합을 끌어올리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으면 좋겠다.

사진 = 한국e스포츠협회, 라이엇 게임즈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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