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이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목동, 김현기 기자)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서울시청)이 프로그램 난이도를 낮추는 승부수를 띄운 끝에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우승한 서민규가 2025-2026시즌 시니어 무대에 설 수 없기 때문에 차준환은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 선수들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4.93점, 예술점수(PCS) 87.88점을 얻어 합계 172.81점을 찍고 프리스케이팅 2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점프를 2회전 뛰어 규정에 따라 0점 받는 어려움 끝에 82.91점으로 3위에 그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선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 끝에 쇼트프로그램 점수 합쳐 총점 255.72점을 기록하고 준우승했다.

차준환이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규는 첫 점프에서 쿼드러플 살코(기본점수 9.70)를 안정적으로 착지, 수행점수(GOE) 2.08점의 가산점을 추가하는 등 프리스케이팅 12개 연기를 전부 무리 없이 해내는 클린 연기로 TES 92.48점, PCS 84.65점을 얻어 합계 177.13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85.71점을 합쳐 총점 262.84점으로 1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고난도 쿼드러플 러츠(기본점수 11.50)를 성공적으로 뛰며 87.52점을 받고 1위를 차지한 최하빈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한 번 커드러플 러츠를 성공시켰으나 트리플 악셀을 1회전 처리하는 등 연기 후반부 점프에 난조를 보이며 162.85점(TES 85.30점, PCS 77.55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합쳐 총점 250.37점을 기록하면서 3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4위는 쇼트프로그램 80.02점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 151.49점을 얻어 총점 231.51점(TES 76.33점, PCS 75.16점)으로 연기를 끝낸 김현겸이 차지했다.
2차 선발전은 내년 1월 예정된 제80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종합선수권)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차와 2차 선발전 성적을 합산해 동계올림픽 남녀 싱글 종목에 출전할 선수를 확정한다.

차준환이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이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7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은 밀라노 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출전권 1+1장을 확보했다.
이어 김현겸이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치러진 올림픽 추가 예선전 퀄리파잉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며 차준환이 확보했던 1+1장을 2장으로 완성했다.
ISU는 3년 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어린 여자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기존 15살에서 두 살 높였다.
이에 따라 이번 시즌엔 2008년 6월30일까지 태어난 선수들이 시니어 대회 출전이 가능하고 올림픽에도 나설 수 있다. 차준환, 김현겸은 내년 동계올림픽 출전이 가능하지만 서민규와 최하빈은 불가능하다.
차준환은 종합선수권 점수까지 합쳐 시니어 무대 출전 가능 연령 선수 중 2위 안에 들면 2018 평창 올림픽 2022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하는 기록을 쓴다.

차준환이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프리스케이팅은 차준환 스스로 연기 직후 "연기 난이도를 낮췄다"고 고백했지만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 부츠 문제로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 부츠를 계속 교체하면서 맞는 것을 찾고 있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선 프리스케이팅 점프 7개 중 딱 하나만 제대로 뛸 정도였다.
랭킹 대회에선 달랐다. 이번 시즌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영화 물랑루즈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그는 첫 점프인 고난도 4회전 살코 단독 점프(기본점수 9.70)를 안정적으로 해내며 GOE 2.63점을 더했다.
이어지는 트리플 악셀 단독 점프(기본점수 8.00)와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기본점수 10.70)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4.90) 단독 점프도 훌륭하게 해내 GOE를 각각 2.40점, 1.01점, 0.98점 더한 차준환은 스텝 시퀀스를 최고난도인 레벨4로 소화한 뒤 가산점 10%가 주어지는 연기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49),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시퀀스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46)에서도 GOE 1.52점, 1.14점을 더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을 레벨4로 연기한 차준환은 이어진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이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서민규가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 단독 점프(기본점수)에서도 쿼터랜딩(회전수 ¼수준 부족) 판정을 받아 GOE가 1.06점 깎였지만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코레오 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을 실수 없이 수행한 차준환은 연기가 끝난 뒤 웃거나 실망하기보다는 연기를 어떻게든 해냈다는 후련함이 묻어나오는 표정을 여러 번 지으면서 부츠 문제 및 국제대회 부진 등에 따른 마음고생을 설명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연기 뒤 취재진과 만나 "NHK배(시니어 그랑프리 일본 대회) 뒤 2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장비 문제로 인해 많이 지쳤고,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훈련도 제로 하지 못했다"며 "어제 오늘 연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까지 더해져 그런 표정이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따냈던 서민규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뒤집기 우승을 통해 시니어 무대에 오를 경우 충분한 경쟁력 갖췄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하빈이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규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직후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한 것에 대해 "대회 때 처음으로 쿼드러플 살코를 뛰었는데 (성공해서)나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최하빈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성공시킨 쿼드러플 러츠에 이어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도 뛰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하빈은 "3등을 해서 기쁘지만 다음 종합선수권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