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유영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단 0.15점 차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간발의 차이로 포디움(시상대) 복귀는 불발됐으나, 긴 공백기를 이겨내고 메달권 경쟁을 했다. 올림픽 앞둔 이번 시즌 남은 여정 기대감을 높였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글 한국 대표로 유영이 강력한 후보임을 알렸다.
유영은 8일 일본 오사카의 동화약품 락탭돔에서 열린 2025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NHK 트로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71점, 예술점수(PCS) 62.45점으로 합계 131.16을 기록했다.
레벨2를 받은 스텝 시퀀스 정도를 제외하면 흠 잡을 곳 없는 클린 연기였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모두 과제를 깔끔하게 해내며 67.66점을 받은 유영은 총점 198.82점으로 최종 4위가 됐다. 동메달리스트 루나 헨드릭스(198.97점·벨기에)와는 단 0.15점 차에 불과할 만큼 박빙의 경쟁이었다. 은메달리스트 소피아 사모델키나(200.00점·카자흐스탄)와도 1.18점 차밖에 나질 않았다.
세계선수권을 3차례나 우승한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가 227.18점을 기록하며 예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영화 '타이타닉' OST에 맞춰 연기한 유영은 첫 과제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한 뒤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 트리플 살코까지 차례대로 깔끔하게 소화했다. 네 차례 점프를 통해 GOE(수행점수)도 적게는 0.61점부터 많게는 1.14점까지 과제마다 붙었다.
이어 플라잉 카멜 스핀을 레벨4로 처리한 유영은 레벨2의 스텝 시퀀스 후 10%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 세 개의 점프를 수행했다.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더블 토루프-시퀀스 콤비네이션에서 쿼터랜딩(회전수 90도 미만 부족),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는 트리플 플립이 어텐션(에지 사용 주의), 언더로테이티드(회전수 90~180도 사이 부족) 판정을 받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유영은 마지막 점프 트리플 러츠까지 깨끗하게 뛰고 1.26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이후 아름다운 스파이럴 코레오 시퀀스를 연기한 유영은 레벨4의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레이백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지었다.
연기를 끝낸 유영은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움을 내비쳤다.
유영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클린 연기를 해낸 뒤 최지은 코치와 껴안으며 울컥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프리스케이팅에선 더욱 밟게 웃으며 '피겨 천재'의 귀환을 알렸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유영에게는 그의 불굴의 의지를 알린 의미있는 대회였다.
유영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동료 선수 이해인과 음주한 사실이 발각돼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더해 빙상연맹은 두 선수를 조사하던 중 음주 외에도 성추문 사건을 확인했다며 유영에게 1년 자격 정지, 이해인에게 3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억울함을 호소한 이해인과 유영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인용 판결을 받았다. 빙상연맹은 올 초 선수 출신 이수경 신임 회장 취임 뒤 조정을 통해 둘에게 내린 징계를 무효화했다.
유영은 징계가 풀린 뒤 복귀 대회였던 지난달 프랑스 앙제에서의 1차 대회에서는 9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으나, 4차 대회에서는 사실상 메달권의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유영은 지난 2019년 10월 시니어 그랑프리 캐나다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고난도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역사를 갖고 있다. 2020 로잔 청소년 동계올림픽 금메달, 같은 해 ISU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 획득 등으로 '포스트 김연아' 선두 주자가 됐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선 5위를 차지해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올림픽 최고 순위를 일궈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영은 베이징 올림픽 뒤 슬럼프에 빠져 국내 대회에서도 순위가 급락했고, 억울한 징계까지 당했지만 시련을 이겨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의 꿈을 다시 키우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