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리버풀의 성골 유스이자 이제는 '배신자'로 낙인 찍힌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안필드를 방문하는 날, 그의 고향 팬들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리버풀 지역 언론 '리버풀 에코'의 4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안필드 인근에 설치된 알렉산더-아놀드의 벽화가 경기 전날 밤 누군가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 벽화는 리버풀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세계적인 라이트백으로 성장한 알렉산더-아놀드를 기념하기 위해 2019년 제작된 것으로, 주택 건물 3층 높이의 대형 벽화다.
벽면에는 알렉산더-아놀드의 대표 문구인 "나는 리버풀 출신의 평범한 소년일 뿐이며, 꿈이 이루어졌다"라는 인용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리버풀 에코'가 현장 취재한 결과, 4일 오전 이 벽화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상징적 의미를 지닌 그의 등번호 '66' 위에는 흰색 페인트가 덮여 있었고, 인용구 부분에도 흰색 얼룩이 무차별적으로 칠해져 있었다.
더욱이 벽 하단에는 'RAT(쥐)'라는 모욕적인 낙서가 여러 번 적혀 있었으며, "Adios El Rata(잘 가라, 쥐야)"라는 스페인어 문구까지 써있었다.
'리버풀 에코'는 "벽면에 사다리가 기대어 있었고, 작업자들이 물을 뿌려가며 낙서를 제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훼손 행위는 알렉산더-아놀드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친정팀 리버풀을 상대로 처음 출전하는 UEFA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을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지난 2025년 6월 계약 만료와 함께 리버풀을 떠나며 20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적 당시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리버풀에서의 20년은 내 인생 그 자체였고, 모든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결정을 둘러싸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배신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이번 복귀전에 앞서 '아마존 프라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그들의 결정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나는 여전히 리버풀 팬이고, 그 클럽을 사랑한다.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일은 평생 내 안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득점하더라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을 제쳐두고 경기 자체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건은 리버풀 팬들이 여전히 알렉산더-아놀드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하며, "한때 '리버풀의 아들'이라 불렸던 선수의 상징물이 이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고 전했다
사진=Anything LFC X/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