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나승우 기자) 한일전 극장 동점골로 신상우호의 동아시안컵 우승 발판을 마련했던 정다빈(고려대)이 마지막 대만전서 펑펑 울고 웃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서 후반 25분 터진 지소연의 페널티킥 결승골, 후반 40분 장슬기의 추가골을 앞세워 2-0 승리했다.
지난 2경기서 2무를 기록했던 대표팀은 대만전 승리로 1승2무, 승점 5로 1위가 돼 우승컵을 차지했다.
중국, 일본도 똑같은 1승2무, 승점 5 동률을 이뤘지만 대회 규정상 승점 동률인 팀끼리 상대 전적, 골득실, 다득점을 따져 순위를 매겼을 때 중국, 일본을 상대로 총 3골을 뽑아낸 대표팀이 다득점에서 앞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쉽지만은 않은 경기였다. 대표팀은 전반전 동안 무려 11개의 슈팅을 때리고도 대만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정다빈은 케이시 유진 페어와 함께 대만의 골문을 노려봤으나 좀처럼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특히 후반 1분 역습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장면이 아쉬웠다. 교체 투입된 문은주가 왼쪽 측면을 흔든 후 중앙에 있는 정다빈에게 정확히 연결했으나 정다빈의 슈팅은 골대 오른쪽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빈 골대에 넣기만 하면 되는 완벽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정다빈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라운드 위에 주저 앉아 허탈해 했다.
후반 9분에도 장슬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봤지만 골키퍼 품에 안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정다빈은 직후 김민지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단 한 골만 넣으면 우승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정다빈이 해결해주지 못하자 대표팀도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위기의 대표팀을 구한 건 베테랑 지소연이었다. 후반 25분 강채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대표팀에 리드를 안겼다.
대표팀은 후반 40분 장슬기의 추가골이 터지며 두 골차 승리를 거두고 20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에 등극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다빈은 "한국에서 하는 동아시안컵이었고, 20년 만에 우승했다고 들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 활약은 아쉬웠지만 사실 지난 2차전 한일전서 정다빈의 동점골이 없었다면 대표팀이 우승을 노리는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터다. 이번 대표팀의 우승에 정다빈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정다빈은 "일본전은 후반 교체로 들어가 뛰었고, 오늘은 선발로 뛰어서 교체로 나왔다. 오늘 경기력은 내가 생각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언니들이 일본전에 골을 넣어줘서 이렇게 우승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말해줘서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적 부담감이 컸던 상황에서 지소연의 골이 터졌을 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다빈이 얼굴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흐느끼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카메라에 잡힌 사람이 자신이 맞는 것 같다며 "죄책감이 있어서 울음이 나왔다"고 털어놓은 정다빈은 "(지)소연 언니랑 (장)슬기 언니에게 너무 고마웠다. 경기 끝나고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05년생 공격수 정다빈은 대표팀 세대교체 중심에 서 있다. 정다빈은 "언니들이 잘 이끌어주려고 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면서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다. 부담감보다는 조금씩이라도 언니들 따라 가고, 많이 배우면서 그렇게 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빈은 오는 24일 출국해 노르웨이로 향한다. 노르웨이 1부리그 스타베크 포트발 입단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정다빈은 "동유럽이나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되게 피지컬적이고 기술, 힘이 되게 좋다. 빨리 가서 경험해 보고 부딪쳐 보고 싶다"며 "한계치를 느끼고 거기서 더 발전해 나가고 싶다. 단점들을 많이 보완하고 장점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돼 꾸준히 대표팀에 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