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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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안양한라의 '변화'가 즐거운 이유

기사입력 2008.09.29 17:27 / 기사수정 2008.09.29 17:2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쉽게 내주고 어렵게 넣고, 점수 차가 벌어지면 덩달아 떨어지는 경기력, 슈팅 수에 비해 떨어지는 득점력. 그동안 안양 한라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모습이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안양 한라 팬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들 중 하나였다. 그런 불만의 목소리들이 08-09시즌이 시작한 지금은, 쏙 들어갔다. 그렇게, 안양 한라가 달라졌다.

프리 시즌까지만 해도 지난 시즌의 안양 한라의 모습을 똑 닮아 있었다. 여전히 골문 바로 앞 공간이 쉽게 열렸고, 상대의 골문을 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서고 있다가도 상대가 따라붙기 시작하면 금세 기가 죽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역전패를 당하는 일도 많았고, 불안한 모습을 버리지 못한 채 치른 프리 시즌에는 차이나 샥스에 거둔 1승이 승리의 전부였다.

하이원과의 시즌 개막 2연전 중 1차전에서도 기록한 점수는 5-4로 표면상으로 보면 아쉬운 패배였지만, 어렵게 넣고 쉽게 내주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1피리어드 초반 대거 4점을 기록하며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했지만, 2피리어드 중반 8분간 3골을 내주며 결국 6-6무승부로 경기를 마쳤고, 그 후 벌어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복으로 몰수 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거둔 2연패와 심의식 감독의 징계로 인한 팀 분위기의 저하가 우려되었던 안양 한라는 그러나 그 우려를 홈에서 확실히 불식시키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7일 지난 시즌 우승팀인 오지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안양 한라는 오지 이글스의 셰인 앤디컷에게 첫 골을 내주고도 이번 시즌 영입된 브락 라던스키와 돌아온 '코리안 로켓' 송동환의 골로 역전시키며 결국 5-2의 승리를 거뒀다.

첫 골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오른 감각을 선보였다. 이 날 두 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끈 '왕 참치' 존 아는 오지 이글스 골대 왼쪽에서 강한 슬랩 샷으로 두 골 모두 성공시켰고, 다음날 열린 경기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해트트릭에 성공하면서 골대 왼쪽을 '참치 존'으로 만들었다.

평소 훈련 시 골리들이 피할 정도로 강력한 슬랩 샷을 자랑하는 존 아는, 프리 시즌 동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분풀이를 하듯 상대 골문을 향해 거침없이 슈팅을 날렸고, 그 슈팅은 골로 돌아왔다.

이런 외국인 선수의 활약만이 안양 한라의 전부는 아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코리안 로켓' 송동환은 물론, '스나이퍼' 김한성과 '푸른 여우' 김홍일까지 국내 선수들도 톡톡히 제 몫을 하며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공격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2년차 수비수인 이승엽과 고병희가 지난 시즌보다 원숙해진 기량을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외국인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고 든든히 뒷문을 지켜, 박성민과 장종문의 수비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런 안양 한라의 선전은 안양 한라의 전설로 불리던 '미스터 한라' 심의식이 현역 은퇴 3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와 팀의 정신력부터 재정비하겠다고 천명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즌 전 가진 인터뷰에서 "분위기를 바꿔 줄 한두 명의 선수만 있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분위기인데,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안일한 생각부터 바꿀 예정이다."라고 말했던 심의식 감독은 현재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정신력 강화는 물론 선수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가장 손발이 잘 맞는 조를 찾기 위한 노력 또한 빛을 발했다. 시즌 개막 후 4경기 동안 주전으로 뛰고 있는 1조에서 3조까지 공, 수 한쪽에 치우침 없이 고른 실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계속되는 실험에서 나왔다. 심의식 감독은 프리 시즌 내내 확정된 조를 내놓지 않고 조합을 바꿔가며 최상의 조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런 감독의 노력에 선수들도 변했다. 동료가 골을 넣어도 시큰둥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벤치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만면엔 미소가 한 가득 이다. 변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 올 시즌 안양 한라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안양 한라가 이전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들의 변화가 아시아리그 판도에 어떤 바람을 불어 일으킬지 바라보는 것 또한 이번 가을, 겨울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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