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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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상하이의 기적', 그 숨막혔던 90분

기사입력 2008.08.13 19:51 / 기사수정 2008.08.13 19:51

엑츠 기자

[엑스포츠뉴스=상하이, 박형진 기자] 그야말로 '숨막혔던 90분'이었다.

올림픽 남자축구 조별예선에서 이탈리아, 카메룬, 온두라스와 함께 D조에 속한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카메룬전에서 아쉬운 1-1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한 시작을 보였다. 선전을 다짐했던 이탈리아전에서는 개인기량과 전술 모든 면에서 밀리며 0-3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자력 8강 진출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중요 선수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8강 진출은 거의 불가능 해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2패로 8강 진출이 좌절된 온두라스를 상대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카메룬의 힘과 이탈리아의 기술에 밀려 제대로 된 패싱 플레이를 해보지 못한 한국공격진은 온두라스를 상대로 다양한 공격루트를 시험하며 좋은 시작을 보였다.

그러나 톈진에서 들려온 소식이 기자석을 순간 술렁이게 하였다. 이탈리아 수비수 살바토레 보체티가 핸들링 파울을 범하며 카메룬에 페널티킥을 헌납한 것. 순간 한국 기자진은 8강 진출의 희망이 완전히 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으나 에밀리아노 비비아노 골키퍼가 아우렐리앙 쉐주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한숨은 환호로 바뀌었다.

한국의 좋은 시작은 결국 골로 보답을 받으면서 한국은 확실한 우위를 가져갔다. 전반 23분, 이청용의 감각적인 패스가 페널티 박스 앞까지 깊숙이 공격에 가담한 김동진의 발에 공이 전달되었고, 김동진이 이 공을 오른발로 감아차며 선제골을 성공시킨 것. 아테네 올림픽 그리스전에서 골을 넣은 경험이 있는 '와일드 카드 큰형님' 김동진이 어려운 순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골을 넣으며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톈진에서 한 번 더 낭보가 들려왔다. 전반 31분, 한국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카메룬의 공격수 조르주 만젝이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노체리노의 발을 밟으며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다. 한 명이 부족해진 카메룬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온두라스는 후반전에 두 명의 선수를 바꾸며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나섰다. 온두라스는 새로 투입된 호세 구이티가 한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수비에서 많은 공간을 내주면서 조영철과 박주영과 같은 스피드가 좋은 한국 공격수에게 여러 차례 역습을 허용했다. 특히, 조영철의 후반 7분 슈팅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좋은 찬스였다.
 
한국은 계속해서 좋은 찬스를 만들었으나 추가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골이 나오지 않은 것은 톈진 올림픽 스타디움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으며 체력관리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카메룬은 아예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며 비기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한국은 기성용과 이청용을 빼고 백지훈과 김근환을 투입해 다득점을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지속적인 역습이 골로 이어지지 않자 한국 공격진도 점차 지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국 진영이 공격적으로 바뀌자 그 틈을 파고든 온두라스의 역습에 한국 수비가 몇 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무더운 날씨에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 한국은 결국 1-0으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지루한 경기를 계속한 이탈리아와 카메룬 역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기며 한국은 승점 4점으로 조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상하이의 기적'을 위해 90분을 분투한 한국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기장에 주저앉아 패자처럼 고개를 숙였다.



엑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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