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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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힘든 결정을 내린 문용관 감독

기사입력 2008.06.19 16:50 / 기사수정 2008.06.19 16:5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재,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한 남자배구 대표팀감독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결정입니다.  프로화의 출범으로 인해 한국배구의 중심은 모두 국내 V리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대표팀 선수들의 모집도 예전보다 한층 어려워진 지금을 생각한다면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는 배구지도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대표 감독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초, 대한배구협회는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에게 대표팀 자리를 권유해보기도 했지만 결국엔 대표팀 감독으로 전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감독인 문용관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문용관 감독은 인하대학 감독시절에 팀을 대학리그 정상 팀으로 이끌었고 비록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한항공 팀을 플레이오프에 2년 연속 진출시킨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선수 구성을 갖춘 대한항공이 번번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게 잡힌 것을 가지고 문용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비판이 오르기도 했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다독이는 장점은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199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코치와 1997년 남자대표팀 코치, 그리고 2002년 아시아청소년 남자선수권대회 때에는 감독을 역임한 국제대회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문용관 감독의 자질론에 대해서는 비판과 칭찬을 넘나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이 프로팀들 중 가장 막강한 윙스파이커 진들을 보유한 점과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면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하고, 외국인 공격수인 보비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는 점은 문용관 감독에게 줄곧 따라다니는 비판이었습니다.

또한, 주전 세터였던 김영래와 김영석을 적절히 교체해가며 경기를 운영한 점은 나름대로 정규리그에서는 통했지만 중요한 경기에 다다라서는 이 두 세터의 구질에 차이를 느낀 대한항공의 공격수들이 결정적인 범실을 저지르고 경기운영 또한 단조로워졌다는 것 역시 지적사항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철저한 분석력과 다양한 전술 운영을 가져가는 현대캐피탈에게 번번이 플레이오프에서 발목을 잡히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결국 문용관 감독을 대한항공에서 떠나게 했습니다.

그러나 문감독은 2007~2008시즌에 돌입하면서 상무에서 제대한 전천후 플레이어 장광균을 팀 전력에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삼성화재의 여오현과 함께 국내 최고의 리베로 중 한 명인 최부식과 장광균이 보여준 수비력과 2단 연결, 그리고 공격 커버 부분은 분명히 대한항공의 전력 상승에 보탬이 되었지만 대한항공의 결정적인 문제는 세터진에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세터들 중 가장 좋은 구질을 지녔다는 김영석은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 아웃되었고 결국 그 자리를 차지한 세터는 신인 세터인 한선수였습니다. 한선수는 시즌이 끝날 무렵에 등장한 선수치고는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대한항공을 챔피언 결정전에 이끌기엔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습니다.

대한항공 감독 시절에 문용관 감독이 달성한 업적도 나름대로 있지만 시즌 내내 팀의 조직력을 완성해 갈 수 있는 주전 세터의 양성과 풍부한 선수 진들을 보다 다양하게 조합해내는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문용관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자리에 오른 긍정적인 점은 문감독이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임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한국 배구가 프로화가 됨에 따라 4개월간의 긴 기간 동안 소속팀을 이끌어야 하며 비시즌기에는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팀을 재정비해야 할 각 프로구단들의 감독들이 대표팀까지 담당할 여유는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국내 프로리그와 국제대회의 경험을 통해 문용관 감독이 얻은 것도 많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지금 공석 중인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앉게 된 문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오른 지 닷새도 지나지 않은 오는 14일에 이탈리아를 상대로 월드리그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문용관 감독 스스로도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대한배구협회 역시 새롭게 시작할 시점에 문감독을 선임한 것만큼, 예전보다 든든한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완성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새롭게 계약한 문감독의 임기기간은 2010년 아시안게임까지입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철저하게 대표팀을 육성해서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따고자 한다면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감독교체론에 운운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감독에 대한 국제경험을 보다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점입니다.

한국을 제치고 베이징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일본대표팀의 전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일본남자대표팀의 전임감독인 우에타 감독도 초반엔 일본팀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지금 눈앞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팀의 양성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국, 우에타 감독이 호언장담한 대로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전에 다다른 일본대표팀의 전력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탄탄한 전력을 지닌 국가대표팀을 완성하려면 최소한 2년 동안 국제배구의 정보와 흐름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하고 국제대회와 발맞춘 선수들의 육성과 관리도 체계적으로 뒤따라야 합니다. 이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새로운 강화계획에 대한 중심의 자리에 문용관 감독이 앉게 되었습니다.

[사진=문용관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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