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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초점] KBS 월화극, 늘였다가 줄였다가…지겨운 고무줄놀이

기사입력 2016.08.02 09:28 / 기사수정 2016.08.02 09:28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주애 기자] 줄였다가, 붙였다가, 늘였다가, 잘라낸다. 엿가락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사 입맛따라 부수가 바뀌는 2016년 KBS 2TV 월화드라마 이야기다.

'무림학교'→'베이비시터'→'동네변호사 조들호'→'백희가 돌아왔다'→'뷰티풀 마인드'. 올 한해 방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제목들이다. 이름만 훑어봐도 다사다난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각각 조기 종영, 땜빵극, 연장 논란 등을 겪었다.

22일 KBS는 당초 16회로 기획된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를 14회로 조기종영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특집방송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3~4%에 머문 '뷰티풀 마인드'의 시청률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공감장애 의사의 이야기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는 초반 시청자 확보를 하지 못하며 4%라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다. 촘촘하게 짜여가는 서사에 새로운 시청층의 유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4%의 시청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즐기며 만족해 온 터라, 이번 조기 종영 결정에 대한 반발도 심했다.

2016년 KBS 2TV의 월화극 잔혹사는 '무림학교'부터 시작됐다. 2016년 반사전제작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월화드라마 '무림학교'는 20부작을 4회나 줄여 16회로 조기종영시켰다. 5%로 시작한 '무림학교'는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 연기력 논란을 등에 업고 차츰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4회 만에 조기종영 설이 나오더니 결국 조기 종영 했다. 다음으로 편성된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타 방송사들의 월화드라마와 동시에 시작하게 하기 위해 '베이비시터'라는 단막극을 급하게 편성하기도 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하자 이번엔 연장을 해달라며 '땡깡'을 피웠다. 간만에 자리한 동시간대 1위라는 타이틀이 즐겁기도 했겠지만, '동네 변호사 조들호' 후속작인 '뷰티풀 마인드'가 캐스팅 문제로 촬영에 난항을 겪어, 이를 위한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결국 박신양 등의 주연 배우들의 스케줄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번엔 '백희가 돌아왔다'라는 단막극으로 또 한번 땜빵을 시도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 11회는 조기종영이 결정된 후 첫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은 이제껏 방송과는 딴판이었다. 그간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 온 영오(장혁 분)와 진성(박소담)이 감정의 결실을 맺는가 했더니, 바로 이별을 겪어야 했다. 작가가 구상한 큰 틀은 같았겠지만, 편집에 문외한인 시청자들마저 장면이 급하게 전환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공감 장애를 겪던 영오가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킨 첫키스 이후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어진 12회와 13회에서도 영오의 공감 장애의 원인과, 재생의료를 차지하기 위한 현성병원의 암투를 급하게 풀어내며 숨막히게 진행됐다. 지병현CP는 "'뷰티풀 마인드' 방송 회차가 줄어든 만큼 다루려고 했던 에피소드들 중 몇은 삭제하기로 했다. 이영오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계기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담지 못하게 됐다"고 말해, 삭제된 장면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애초 편성할 때의 회차는 드라마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약속이다. 4%의 시청자라고 해도 그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또한 작가는 전체 부수가 정해지면 한 부에 얼마만큼의 이야기를 풀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해진 부수를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은 이야기의 완성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편성을 하는 곳은 방송국이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는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있다. 계획된 부수에 맞추어 움직이는 사람들의 스케줄을 한순간에 꼬아버리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즐겁게 보던 드라마가 갑자기 종영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청자가 어떻게 앞으로 KBS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을까.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고 조기종영을 결정하는 것은 앞으로 나올 KBS 드라마에도 좋지 않은 결정임을 알아야 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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