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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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전체 1순위, 왜 명예의 전당에 못갈까

기사입력 2013.06.14 11:06 / 기사수정 2013.06.14 11:06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상열 칼럼니스트]프로 팀의 전력을 보강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는 드래프트다. 트레이드, 프리에이전트 영입과 전력을 보강하는 한 축을 이룬다. 드래프트는 팜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구단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뉴욕 양키스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들어 돈으로 거물 프리에이전트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해 ‘악의 축’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하지만 양키스가 거물 FA 선수들로만 우승을 일군 것은 아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조 토리 감독이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작성했을 때 중심선수는 유격수 데릭 지터, 투수 앤디 페티트, 포수 호르헤 포사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다. 모두 팜팀에서 육성된 양키맨들이다.

좌완 페티트는 1990년 드래프트 22라운드, 포사다는 24라운드에 지명돼 팜팀에서 육성됐다. 지터는 1992년 1라운드로 지명된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리베라는 1990년 아마추어 프리에이전트로 입단했다. 박찬호와 같은 입단 과정이다. 페티트, 포사다, 리베라는 1990년 동기생이다. 절친할 수밖에 없다. 포사다는 은퇴했고, 리베라는 여전히 양키스의 뒷문을, 페티트는 선발로서 베테랑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양키스를 돈만으로 우승했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요즘 LA 다저스가 오프시즌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도 지구 꼴찌로 주저앉는 것을 보면 구단의 팜팀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는 드래프트의 역사가 짧은데다가 제도가 수시로 바뀌어서 누가 당시 최고의 유망주였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은 일찍이 드래프트 제도가 뿌리를 내려 해당연도의 순위로 선수를 파악할 수 있다. 드래프트 역사가 가장 오래된 종목은 미식축구 NFL이다. 1936년에 시작됐다. 그 뒤를 농구 NBA가 1947년에 따랐다. NHL이 1963년, 메이저리그는 가장 늦은 1965년이었다. 야구가 이처럼 늦게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요즘 국내에서 말하는 구단 이기주의 때문이다. 돈많은 구단들이 굳이 이 제도를 받이들일 필요가 없었다. 유망주를 돈으로 사면 됐고, FA제도가 없었던 터라 선수에 대한 권리도 영원했다. 결국 1965년에 드래프트를 받아 들였다. 당시 전체 1순위 1번으로 지명된 선수가 현재 LA 다저스 라디오해설을 맡고 있는 릭 몬데이(캔자스시티 어슬레틱스)였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First Overall Draft Pick)’는 선수에게 최대 영광이다. 당해 연도에 가장 우수한 선수로 프로 구단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돈방석을 의미하고 구단은 즉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게 전체 1번의 프리미엄이다. 현재 6년 만에 NBA 파이널에 진출해 마이애미 히트와 격돌하고 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스몰마켓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팀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통산 NBA 정상을 4차례나 차지한 원동력은 파워포워드 겸 센터 팀 던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부 사립 웨이크포레스트 대학을 나온 던컨은 1997년 NBA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선택됐다. 샌안토니오는 던컨이 오기 전까지 한번도 NBA 정상을 밟아본 적이 없다.

NBA와 NFL의 드래프트 전체 1번은 선택만 잘하면 10년 이상을 플레이오프에 꾸준히 진출할 수 있는 강팀이 된다. 하지만 1번을 잘못 선택할 경우 팀 전력은 곤두박질친다. 이런 선수를 ‘거품(Bust)’이라고 한다. 1998년 LA 클리퍼스가 선택한 마이클 올라와콴디(센터), 2001년 워싱턴 위저즈의 콰미 브라운(센터)등이 최근의 대표적인 NBA 버스트다. 브라운은 당시 공동구단주로 있었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선택한 선수였다. 조던의 선수보는 안목은 농구황제답지않다.

NFL은 전력의 70% 이상을 좌우하는 쿼터백을 전체 1번으로 종종 뽑는다. 그러나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학 스타일이 있고, 프로 스타일에 차이가 있어서다. 대학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막상 전체 1번으로 지명했는데 ‘꽝’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999년 켄터키 대학 출신의 팀 카우치(클리블랜드 브라운스 지명), 2002년 프레스노 스테이트의 데이비드 카(휴스턴 텍산스), 2005년 유타 대학의 알렉스 스미스(샌프란시스코 49ers), 2007년 LSU의 자마커스 러셀(오클랜드 레이더스)등이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대표적 쿼터백 버스터들이다.

야구는 전체 1번 지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력을 좌우한다고는 볼 수 없다. 워낙 많은 유망주들이 해마다 배출돼 거품 드래프트 지명자가 나와도 곧바로 공백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체 1번으로 지명된 선수가 전문가나 구단의 기대만큼 잘 해줄지도 불투명한 게 야구다. 다른 종목은 확률적으로 전체 1번 선수의 성공가능성이 높고, 오랫동안 리그에서 활약한다. NBA와 NFL은 전체 1번으로 지명된 선수가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간 경우가 흔하다. NBA는 부상이 없다면 거의 명예의 전당에 가게 된다. 엘진 베일러(1958년 지명), 오스카 로버트슨(1960년), 엘빈 헤이스(1968년), 류 앨신더(1969년 카림 압둘 자바로 개명), 봅 레니어(1970년), 빌 월튼(1974년), 매직 존슨(1979년)등 손으로 꼽을 수가 없다. NFL도 쿼터백 존 얼웨이등 수두룩하다.

그러나 야구는 1965년부터 올해까지 48년 드래프트 역사를 갖고 있지만 전체 1번 지명자가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야구의 의외성이 드래프트 전체 1번에서도 드러난다. 야구는 부상없이 꾸준하게 활동하는 게 열쇠다. 반짝 잘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 드래프트 순위가 명예의 전당 서열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농구는 드래프트 순위가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시 해밀턴은 1999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파이브 툴 플레이어’다. 약물과 알코올중독으로 뒤늦게 메이저리그에서 꽃을 피운 터라 현실적으로 명예의 전당은 불가능하다. 2009년 워싱턴 내셔널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역시 160km(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고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힘으로 드래프트 사상 최고 액수(1510만달러)를 받고 입단했지만 쿠퍼스타운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고, 투구폼이 부상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누누이 받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MLB 전체 1번 지명자가 쿠퍼스타운에 합류할 날도 머지 않았다. 바로 켄 그리피 주니어가 주인공이다. 그는 1987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전체 1번으로 선택됐다. 22년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630개의 홈런을 때린 그리피 주니어의 명예의 전당행을 의심할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스테로이드 시대에 한 번도 약물과 연관된 적이 없었던 슬러거였다. 2016년에 명예의 전당행이 가능하다. 두 번째가 지난해 은퇴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루수 치퍼 존스다. 존스는 1990년에 브레이브스가 전체 1번으로 뽑았다.

역대로 1965년 드래프트 시대 이후 가장 높은 순위의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행한 것은 ‘미스터 옥토버’ 레지 잭슨이었다. 잭슨은 드래프트가 시작된 이듬해 1966년 캔자스시티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에 2라운드에 지명된 강타자다. 드래프트 사상 가장 늦게 선택된 선수가 'Hall of Famer'가 된 케이스는 시카고 컵스의 2루수로 활약한 라인 샌드버그다. 1978년 필라델피아가 20번으로 지명한 뒤 1982년에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시켰다.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잘못된 트레이드 가운데 하나다. 만약 포수부문 최다 홈런 기록보유자(427개-포수로 396개)인 마이크 피아자가 명예의 전당에 가게 될 경우 드래프트 사상 최하위 선수의 헌액이 된다. 피아자는 1988년 62라운드에 지명됐다. 요즘에는 40라운드로 드래프트가 끝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스포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양키스 리베라와 지터 ⓒ 뉴욕양키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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