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이 24년 만에 '노 골드' 수모를 당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남·녀 매스스타트에서 4명의 선수들이 출전했으나 입상에 실패했다.
정재원과 박지우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 각각 올랐으나 메달 획득을 이루지 못했다.
정재원은 5위를 차지했다. 박지우는 14위에 그쳤다.
4년 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재원은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04초60을 기록하며 5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재원은 경기 규칙에서 따라 6포인트를 얻어 최종 순위에서도 5위에 올랐다.
매스스타트는 다른 스피드스케이팅 개인 종목과 다르게 최대 24명의 스케이터가 동시에 출발, 400m 링크 16바퀴를 돌고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4바퀴와 8바퀴, 12바퀴를 돌 때마다 1위에게 3포인트, 2위에게 2포인트, 3위에게 1포인트씩 스프린트 포인트를 부여한다.
마지막 결승선 통과 땐 1위부터 6위까지 60포인트, 40포인트, 20포인트, 10포인트, 6포인트, 3포인트의 스프린트 포인트를 각각 준다.
결과적으로 맨 마지막에 1~3위로 들어오는 선수가 가장 최종 1~3위를 차지하는 셈이지만 예선이나 준결승 등에선 4·8·12바퀴를 돌 때 일찌감치 포인트를 따내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뒤 결승선 앞두고 천천히 들어오는 전략이 가능하다.
레이스 중간에 포인트를 따더라도 완주하지 못하면 탈락한다.
정재원은 결승 1시간40분 전에 열린 준결승에선 1조 3위를 차지했다. 첫 4바퀴에서 3위를 차지해 1포인트를 얻은 정재원은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하면서 20포인트를 추가했다. 총 21포인트가 되면서 3위를 찍으며 1조 14명의 선수들 중 상위 8명에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무난히 거머쥐었다.
하지만 결승은 준결승과 난도 자체가 달랐다.
올림픽 5000m와 1만m에서 금1 은1 동2을 기록 중인 네덜란드 40세 베테랑 요릿 베르흐스마,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오갔던 빅토르 할 토루프(덴마크)가 결승선을 14바퀴를 남겨놓은 초반부터 속도를 높이며 앞으로 튀어 나갔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베르흐스마와 할 토루프를 추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은 지치지 않고 2위 그룹과 거리를 계속 벌렸고, 베르흐스마 같은 경우는 레이스 막판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거의 한 바퀴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할 토루프도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베르흐스마가 7분55초5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60포인트를 얻었다. 베르흐스마는 초반부터 질주했기 때문에 4바퀴째 2포인트, 8바퀴째 3포인트, 12바퀴째 3포인트도 얻어 총 68포인트를 기록하고 이 종목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4 소치 올림픽 남자 1만m 우승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제패를 일궈냈다.
베르흐스마를 처음부터 추격한 할 토루프는 47포인트를 챙기면서 은메달을 따내고 생애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베르흐스마와 할 토루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 후위 그룹끼리 3위 경쟁을 펼친 결과 이 종목 강자인 안드레아 지오반니가 3위로 들어왔다. 21포인트를 획득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재원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500m와 1000m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1500m에서 은메달을 기록한 '빙속 괴물' 조던 스톨츠(미국·10포인트) 다음으로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6포인트로 5위가 됐다.
정재원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팀추월 멤버로 참가해 은메달을 땄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또 다른 은메달을 수확했다.
생애 세 번째인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표로 뛰었으나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한 차례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희망을 안긴 박지우는 결승에서 강자들 사이에서 고전하다가 14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지우는 앞서 열린 준결승에선 2조 세 번째로 들어와 20포인트를 얻고 3위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은 달랐다. 여자부 결승에선 남자부와 달리 앞으로 튀어나가는 선수들이 없었다.
결국 결승선 2바퀴를 남겨놓고 선수들이 전력 질주하는 스프린트 싸움이 벌어졌는데 박지우의 힘이 부족했다.
박지우는 8분36초31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6명 중 일곱 번째로, 6위까지 주어지는 결승선 통과 포인트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선수들 중 4바퀴와 8바퀴, 12바퀴를 돌 때 포인트를 얻은 선수들이 7명이나 되면서 최종 14위로 순위가 크게 내려갔다. 박지우는 레이스 중간에도 포인트를 얻지 못해 이날 결승을 0점으로 마무리했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은 마레이커 흐루네바우트(네덜란드)가 차지했다. 이바니 블론딘(캐나다)과 미아 맨거넬로(미국)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매스스타트에 나선 조승민,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임리원 등 또 다른 한국 선수들은 준결승에서 떨어졌다.
이로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지난 2006 토리노 대회에서 이강석이 남자 500m 동메달을 획득해 사상 최초로 올림픽 입상 일궈냈다.
이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선 모태범(남자 500m), 이상화(여자 500m), 이승훈(남자 1만m) 등 3명이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빙속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후에도 올림픽 때마다 꾸준히 메달을 따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선 이상화의 여자 500m 2연패 등 금1 은1, 2018 평창 올림픽에선 이승훈의 남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등 금1 은4 동2, 2022 베이징 올림픽 땐 정재원과 차민규가 각각 남자 매스스타트와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는 등 은2 동2을 챙겼다.
그러나 이번 대회엔 김준호, 정재원(이상 남자), 김민선(여자) 등 간판급 선수들이 부진한 가운데 유망주들도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을 내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24년 만의 '노메달 치욕'으로 2026 동계올림픽을 마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