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권동환 기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셨으면 고마워하고 감동하셨을 거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서울시청)이 올림픽 무대에서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에 맞춰 연기를 하자 해당 곡의 가수 밀바(1938∼2021)의 딸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18일 "차준환 선수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용한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곡의 가수 밀바의 딸인 마르티나 코르냐가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해 차준환에게 어머니의 곡을 써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출신 밀바(본명 마리아 일바 비올카티)는 '칸초네의 여왕'으로 불렸던 전설적인 디바이다. 그는 1939년에 태어나 지난 2021년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차준환은 2025-2026시즌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물랑루즈'를 사용했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직전에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을 지난 시즌에 사용했던 '광인을 위한 발라드'로 전격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차준환은 지난해 2월 '광인을 위한 발라드'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프리스케이팅에서 2022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를 제치고 역전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만큼 좋은 기억이 있다.
그는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광인을 위한 발라드'에 맞춰 좋은 연기를 펼치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올림픽 무대에서도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프리스케이팅 주제곡으로 선정했다.
차준환은 지난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5.1점, 예술점수(PCS) 87.04점, 감점 1점, 합계 181.20점을 받았다.
차준환은 이날 두 번째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크게 넘어지면서 점수가 크게 깎였다. 후반부 두 번째 점프 과제였던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에서도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을 받아 감점을 받았다.
아쉬운 연기를 펼쳤지만 차준환은 지난 11일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92.72점을 더해 총점 273.92점을 찍어 4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종전까지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최고 성적은 차준환이 지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기록한 5위였다. 차준환은 이날 3위 사토 슌(일본·274.90점)과 불과 0.98점 차이로 아쉽게 첫 메달이 불발됐지만,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또다시 새로 썼다.
한편,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다음 날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의 밀바의 딸 마르티나 코르냐가 방문해 어머니의 곡을 올림픽에서 사용한 차준환에게 감사를 표해 화제가 됐다.
체육회에 따르면 마르티나 코리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차준환에게 "나는 당신이 어머니의 곡인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선택해 그 위에서 연기해 주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 중에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음에는 넘어지지 않을 테니까"라며 "넘어진 뒤에 다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정말 숭고했다. 당신의 연기는 매우 우아했고, 음악과 깊이 교감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큰 감동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또 "나의 어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만약 이 모습을 보셨다면 나만큼이나 고마워하고 감동하셨을 거다. 어머니를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당신을 위해 편지를 썼고, 당신이 연기에 사용한 곡이 담긴 CD 앨범과 이탈리아 국가에서 4년 전 어머니를 위해 발행한 특별 우표 세트를 선물로 드린다"라며 "이 우표는 매우 희귀한 것인데, 한국에 있는 당신의 집에 소장될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하신다면 나와 계속 연락하며 지내자. 나는 미술사학자이고 가끔 아시아에 가기도 하지만, 당신이 다시 유럽에 오게 된다면 만나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라며 "단순히 당신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다. 정말 감사하다. 고맙다"라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차준환은 이번 밀라노 대회 은반 위에 서면서 개인 통산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 세 번이나 출전한 피겨 선수는 차준환(2018 평창, 2022 베이징, 2026 밀라노)과 한국 피겨 스케이팅 개척자 정성일(1988 캘거리, 1992 알베르빌, 1994 릴레함메르)까지 단 두 명뿐이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대선배 정성일과 함께 한국 피겨 역대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만 16세 나이로 대회에 참가했던 차준환은 15위에 올랐고,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차준환은 밀라노 올림픽에서 사상 첫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메달을 겨냥했는데, 4위에 올라 간발의 차이로 입상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라스트 댄스'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