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끝난 뒤 김채연의 얼굴은 굉장히 굳었다. 눈에선 조금씩 눈물도 나왔다. 팬들에게 인사는 했지만 관중석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
김채연이 링크에서 돌아오자 최형경 코치가 팔을 크게 벌려 그를 꼭 안아줬다.
이후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앉은 김채연의 뺨을 눈물이 조금씩 적시고 있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싱글의 간판으로 은반을 누빌 것이라 여겨졌던 김채연이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일본의 에이스 사카모토 가오리를 누르고 번쩍거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가 '꿈의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퇴장하게 됐다.
김채연은 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80회 전국남녀 피겨 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56.78점, 예술점수(PCS) 62.75점, 감점 1점을 합쳐 합계 118.53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쇼트프로그램 64.06점을 합쳐 이번 대회 총점 182.59점을 찍으면서 9위에 그쳤다.
김채연은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점수까지 합친 결과, 384.37점을 기록하며 신지아(436.09점), 이해인(391.80점)에 밀려 한국에 두 장 주어진 2026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출전권을 놓쳤다.
프리스케이팅 전까지 이해인에 3.66점 앞서 있던 김채연은 이날 점프에서 세 차례 실수를 범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트리플 루프, 더블 악셀,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초반 점프 3개를 안정적으로 착지하며 순탄하게 흐르는 듯 싶었던 김채연의 연기는 네 번째 점프에서 무너졌다.
11월 1차 선발전에선 깔끔하게 소화했던 트리플 살코가 이날은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2회전밖에 뛰지 못했고 넘어지기까지 했다. 기본점수 1.30점에 수행점수(GOE) -0.65점이 붙었다. 게다가 넘어지면서 감점 1점을 더하면서 살코 점프 뛰다가 점수를 까먹은 셈이 됐다.
가산점 10%가 붙는 연기 후반부 점프 3개는 모두 GOE 감점이 붙는 등 그야말로 생애 최악의 연기를 펼치고 말았다.
김채연은 최근 2년간 한국 여자 피겨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202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김연아, 이해인에 이어 한국 여자 싱글 세 번째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더니 지난해 2월엔 하얼빈 동계올림픽과 목동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김채연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도 미루고 '경기일반'으로 등록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김채연은 지난해 여름 날벼락 같은 일을 겪었다.
오른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김채연은 11월 1차 선발전 직후 이를 공개했다.
당시 그는 "지난 7월 스핀 훈련을 하다가 은반에 파인 구멍에 걸려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고 고백했다. 김채연은 지난해 8월 국제대회 참가를 취소했다. 이후 참가한 국제대회에서도 이유를 모를 정도로 기량이 떨어졌다.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중부상 속에서도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국제대회 참가하고 감각을 끌어올리는 등 악전고투했던 셈이다.
그래도 1차 선발전에선 올림픽 출전 연령 선수들 중 2위, 전체 3위에 오르며 희망을 살렸으나 2차 선발전에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 방송중계화면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