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해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
약 4년 전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거둔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한 소감문이 빙상 팬들에 의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은 지난달 30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보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라며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다.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들 또한 지나왔다"라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웠던 날들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보름의 글을 본 팬들은 김보름이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왕따 주행 논란' 가해자로 오해 받았던 사건을 떠올렸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8강 이후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보름을 빙상 대표팀에서 즉각 퇴출시켜달라"는 글이 올라오자 추천인이 60만명에 달했다. 흉악범 조두순 출소 반대 국민청원 추천인이 61만명인 것과 비교되면서 "김보름이 흉약범인가? 이건 너무하다"는 의견이 올라올 정도였다.
평창 올림픽 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서 고의적인 따돌림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이 반전됐다.
이후 김보름은 2010년부터 올림픽이 열린 2018년까지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11월 2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법원은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2월 1심 재판부는 "노선영이 2017년 11∼12월 후배인 김보름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선영이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판사가 화해를 권고하기도 했으나 둘은 평행선을 달렸다. 항소심에서도 1심 결과가 유지됐다. 이후 양측 모두 기한 내에 상고하지 않아 김보름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김보름은 1심에서 일부 승소 판정을 받을 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던 중이었다. 주종목인 매스스타트 경기 이틀 전이었다. 김보름은 짬을 내 SNS로 "길고 길었던 재판이 드디어 끝났다"라며 소감을 드러낸 뒤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제일 힘들었던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에서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재판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날 경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이 이제야 밝혀지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공황장애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인해 경기 트라우마까지 생겨 아직도 시합전에 약을 먹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위자료로 받게 될 금액은 기부 할 계획이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보는 후배선수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억울함을 벗은 김보름은 이제 스케이트화를 벗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김보름은 은퇴사에서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다.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한다.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내 길을 나아가겠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김보름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