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부상 없었으면 한국 우승 못 했다. 그래서 자축 안 한 거다."
한국 탁구 최초의 우승에 중국 매체가 딴지를 걸었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지난 13일 홍콩의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홍콩 파이널스 2025 혼합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게임스코어 3-0(11-9 11-8 11-6)으로 이겼다.
WTT 파이널스는 지난 2021년 창설된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한국 선수의 결승 진출 및 우승은 임종훈과 신유빈이 최초의 기록이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 전까지 '천적' 왕추친-쑨잉사 조에 6전 전패로 절대 열세였다. 왕추친-쑨잉사는 현재 혼합 복식 세계랭킹은 3위지만, 실질적인 '1인자' 위치에 있는 듀오다.
왕추친-쑨잉사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혼합 복식 종목에 자주 출전하지 않았던 까닭에 랭킹만 1위가 아닌 팀이었다.
하지만 임종훈-신유빈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준결승부터 중국 조를 제압해 기대를 모았다.
준결승에서 현재 혼합 복식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린스둥–콰이만을 게임 스코어 3-1(6-11, 11-6, 11-2, 14-12)로 꺾어 이변을 일으킨 임종훈-신유빈 조는 같은 날 밤에 열린 왕추친-쑨잉사를 만났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임종훈-신유빈은 1게임부터 역전을 만들었다.
1게임 초반 왕추친-쑨잉사 조에 주도권을 내주며 1-4로 끌려갔다. 그러나 상대의 범실을 놓치지 않으면서 4-4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9-9 동점 상황에서도 임종훈-신유빈 조는 상대의 실수를 이끌어내 11-9로 이기면서 1게임을 가져갔다.
2게임에서 임종훈-신유빈은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4-0으로 앞섰고, 순식간에 8-2까지 벌어졌다. 이후 흐름을 내줘 9-6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왕추친의 범실로 11-8로 이기며 연달아 2게임을 가져갔다.
3게임에 왕추친-쑨잉사의 범실이 연달아 터지며 운이 따랐다. 임종훈-신유빈 조가 6-5로 앞서자 중국은 작전 타임을 요청하면서 흐름을 끊으려 했지만, 임종훈-신유빈 조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중국은 올해 WTT 파이널스에서 14승2패를 기록 중이다. 중국이 최강팀의 면모를 자랑하며 대회를 싹쓸이하려고 했는데 임종훈-신유빈이 이를 방해하며 당당히 태극기를 내걸었다.
앞서 대회 준결승 전까지 중국은 외국 선수들 상대로 13전 전승을 달리고 있었는데, 임종훈-신유빈 조가 린스동-콰이만 조를 격파하면서 전승 행진이 깨졌다.
더불어 왕추친-쑨잉사 조는 임종훈-신유빈 조에 완패하면서 무려 2년 만에 국제 대회에서 패배를 맛봤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왕추친-쑨잉사 조의 새로운 전성기 달성이 좌절됐다"라며 "30연승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이들은 약 2년 만에 국제 대회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중국 매체 '넷이즈'는 쑨잉사의 부상 덕분에 임종훈-신유빈이 이길 수 있었다고 역대급 성과를 폄훼했다.
매체는 "쑨잉사가 여자 단식에서 발목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혼합 복식에 부상은 안고 뛰겠다고 했다. 그의 발목 부상은 움직임에 제약을 줬고 경기 후 큰 우려를 받았다"라며 "경기 중에도 왕추친이 반복해서 쑨잉사의 짐을 덜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 후, 임종훈과 신유빈은 우승을 차지한 뒤, 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쑨잉사의 우승이 아니었다면 대회를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황당한 추측을 내놓았다.
이어 "이후 임종훈-신유빈은 중국 조와 악수했고, 신유빈은 쑨잉샤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상을 걱정했다. 쑨잉사도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신유빈이 쑨잉사의 부상을 걱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유빈이라고 부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8일 청두에서 끝난 혼성 단체 월드컵 당시 무릎 부상이 있었고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최고의 결과를 위해 값진 노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임종훈-신유빈의 결과를 중국 매체가 굳이 부상으로 깎아내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 WTT / 넷이즈 캡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