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
“시공간이 뒤틀린 세계를 어떻게 눈앞에 재현할 수 있을까.”
스마일게이트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가 던지는 질문이다. 컨트롤나인이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하는 이 작품은 왜곡된 인과 속에서 서로 다른 시대의 소녀들을 구원해 나가는 서브컬처 수집형 RPG로, 공개 단계부터 독특한 서사 구조와 미학적 시도를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형섭('혈라') 아트디렉터의 화풍을 3D에 녹여낸 비주얼이 강한 관심을 모았다.
김형섭 AD는 ‘데스티니 차일드’ 메인 일러스트레이터와 ‘승리의 여신: 니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국내외 서브컬처 팬덤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쌓아온 인물이다. 사실적 질감과 2D적 감성, 그리고 ‘육덕’ 표현으로 대표되는 스타일은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비주얼 전반을 총괄하며 ‘미래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관심은 ‘Anime X Game Festival 2025(이하 AGF 2025)’를 앞두고 더 확산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행사에서 메인 스폰서를 맡아 총 80부스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운영한다. 현장에는 ‘에픽세븐’과 ‘미래시’ 부스를 비롯해 메인 무대, 굿즈 스토어, 이용자 휴식 공간인 리프레시 존이 마련된다. 특히 ‘미래시’는 5일 ‘미래시 ON’ 개발진 무대, 7일 김형섭 AD가 참여하는 ‘육덕 드로잉 쇼’ 등 신규 콘텐츠를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AGF 2025를 앞두고 ‘미래시’의 비주얼 철학과 3D 개발 과정을 듣기 위해 김형섭 AD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형섭 AD
Q. ‘미래시’의 시공간 왜곡과 감정 서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가장 먼저 정의한 비주얼 콘셉트와 아트 방향성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크로스 에라(Cross Era, 시대 교차)'다. 과거부터 미래까지 여러 시점을 표현하면서, 다른 시대의 아이템을 매칭함으로써 시공간의 도약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큰 방향성이었다.
Q. 본인의 스타일을 3D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정이 살아 있는 선, 실루엣 긴장감, 표현 수위 등은 최대한 보존하려 했다고 들었다. 플랫폼 기준, 퍼블리셔 방향성, 기술적 제약 같은 현실 조건 속에서 어떤 요소는 유지하고, 어떤 부분은 조정하거나 타협했나?
기술 및 비용적 제약이 역시 큰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환경 및 콘텐츠 구성, 수집형 장르 등을 고려하면 콘솔이나 PC 전용 게임들처럼 리소스의 스펙을 추구하기에는 제약이 다소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물리 제어 및 본 세팅을 통한 애니메이팅 표현에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모델링 비주얼은 아직까지는 타협할 요소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화풍을 구현하는 쪽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다.
Q. 유독 김형섭 아트디렉터의 그림은 표정 감정선과 인물의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감정이 있는 캐릭터’를 3D에서 구현하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시각적 접근 방식이나 표현 장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수집형 장르 게임의 캐릭터 표현에 있어 가장 유효한 접근은 화면 레이아웃과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표정이라고 생각한다. 표정이 중요한 이유는 캐릭터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감정을 보여줄 것인가도 고려 지점이다. 우리 프로젝트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은 스토리 모드의 대화 구간과 시네마틱에서 조명해줄 때인데, 시네마틱에서는 상술한 모든 요소들을 신경 써야 하고 특히, 스토리 보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소스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활용하게 되다 보니 이 부분은 동일한 퀄리티를 갖게 되므로, 컷 구성과 카메라 레이아웃에서 퀄리티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엔데, 아츠카, 티에리아
Q. '엔데’, ‘이츠카’, ‘티에리아’는 서로 다른 시간성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전 작업과 비교했을 때 ‘미래시’ 캐릭터만의 설계 기준은 무엇이며, 차별화를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일단 우리 캐릭터만 보고도 그것이 '미래시'의 캐릭터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을 부여할 수 있는지와 시공간 도약이라는 중심 설정을 캐릭터 디자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가가 주요 고민점이었다.
시공간 도약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간선임을 알 수 있는 양식들이 동시에 등장하다보니 디자인적 일관성을 주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내가 가진 디자인 스타일로 일관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각 시대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다른 시대의 아이템을 매칭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Q. TGS 출품 당시 '미래시'의 분위기와 일러스트는 호평을 받았지만, 3D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본인은 이러한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현재가 아주 초기 개발 단계임을 고려할 때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인지 듣고 싶다.
주요한 개선 포인트는 아웃라인 표현, 양감 표현, 컬러의 표현이다. 내 일러스트가 가진 특성들을 최대한 담아낼 수 있게 상술한 세 기반 요소를 잘 개발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비주얼 기반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전후로 개별 질감에 대한 구현에 집중할 계획이다. 밀도 있으면서도 2D스러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리얼하기만 한 질감을 그대로 매칭하기 보다는, 2D로써 그려진 질감을 3D로 옮기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엔데 전투 장면
Q. 전투 장면에서 단순한 스킬 이펙트가 아니라, 빛·기하학적 패턴·감정 표현이 결합된 아트 연출이 눈에 띈다. ‘미래시’의 이펙트 설계에서 가장 중점 둔 콘셉트는 무엇이며,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디라고 보는가?
캐릭터가 가진 디자인적 특성이나 능력을 전투에서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제작하고 있다. 광원효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펙트의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는 매질이나 메쉬의 물성을 이해하며 컬러감을 다채롭고 선명하게 잡아 나가는 방식의 2D적 감성이 있는 이펙트를 지향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의 차별성이 되리라 생각한다.
Q. 아트팀은 2D, 3D, 애니메이션, 라이팅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협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아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나와 같은 스타일의 조형은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3D 비주얼로 구현하시는 분들께는 굉장히 도전적 영역이었다. 현재진행형이지만, 원화 특유의 감성과 조형에 접근하기 위해 상세한 피드백을 드리며 최대한 빠르게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부적인 영역까지 피드백을 반복하면 실무하시는 분들께서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명확한 디렉션을 전달드리고 자발적으로 아트 방향성을 맞춰 나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티에리아 필드 이벤트
Q. 최근 서브컬처 RPG 시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시각적 퀄리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시각적으로 기억되기 위한 핵심 차별화 포인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혈라' 스타일의 고유성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인 서브컬처 비주얼이 아닌, 2D이면서도 사실적인 질감이 느껴지는 '육덕'의 매력을 극대화한 아트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험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최근의 3D 비주얼 동향은 흥미롭다. 최근 등장하는 서브컬쳐 게임들의 퀄리티를 사실적 라이팅과 다양한 질감표현에서 찾고 있는데, 나는 이 영역에서 아주 오랫동안 정립되어온 나만의 표현법과 노하우가 있다. 디테일한 표현이면서 동시에 2D로 이질감 없이 성립하는 비주얼에 대한 기준이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충실히 구현하여 보여드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Q. ‘미래시’의 비주얼이 단순 소비 콘텐츠가 아니라, 소장·보관·전시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아트북, 전시, 굿즈, 아카이브 등 외부 확장 가능성에 대해 어떤 방향을 생각하고 있나?
우리 아트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다. 현재로서는 게임의 비주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유저 여러분께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향후에 다양한 형태로 우리 아트와 캐릭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여 선보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미래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느끼길 바라는 인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인상을 완성하기 위해 현재 아트팀이 집중하고 있는 핵심 과제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는 오리지널리티가 꽤 뚜렷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유성이 유저 여러분께 큰 기대감과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 = 스마일게이트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