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목동, 김현기 기자) '포스트 김연아 1순위'로 꼽히는 신지아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 대표 1차 선발전에서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올림픽 출전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2월 중국 하얼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채연은 3위를 차지하며 역시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신지아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KB금융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랭킹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5.19점, 예술점수(PCS) 68.95점, 합계 144.14점을 기록했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TES 39.52점, PCS 33.54점, 감점 1점을 받으면서 합계 72.06점을 찍고 2위를 차지했던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기 우승에 성공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비기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73.16점으로 1위에 올랐던 김유재가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 때 넘어진 탓에 점수가 깎여 TES 70.16점, PCS 62.16점, 감점 1점으로 합계 131.83점을 챙기고 총점 204.99점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김유재는 프리스케이팅으로 한정해선 4위였다.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TES 65.44점, PCS 64.74점으로 합계 130.18점을 챙겼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71.60점을 더해 총점 201.78점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윤서진(201.75점), 이해인(195.80점), 김유성(188.86점)이 각각 4위, 5위, 6위에 올랐다.
2차 선발전은 내년 1월 예정된 제80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종합선수권)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차와 2차 선발전 성적을 합산해 동계올림픽 남녀 싱글 종목에 출전할 선수를 확정한다.
한국은 여자 싱글에 두 장의 쿼터를 갖고 있다.
ISU는 3년 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어린 여자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기존 15살에서 두 살 높였다.
이에 따라 이번 시즌엔 2008년 6월30일까지 태어난 선수들이 시니어 대회 출전이 가능하고 올림픽에도 나설 수 있다. 여자 싱글에선 신지아, 김채연, 이해인 등이 올림픽 출전 연령에 해당된다. 김유재, 윤서진, 김유성은 이번 시즌 주니어에서 뛰는 선수들로,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사랑의 꿈'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신지아는 첫 점프 더블 악셀(기본점수 3.30)을 잘 해내면서 수행점수(GOE) 0.99점을 얻었다.
이어지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10), 트리플 살코 단독 점프(기본점수 4.30), 트리플 루프 단독 점프(기본점수 4.90)도 완벽하게 착지하며 연달아 GOE 가산점을 추가했다.
전반부 마지막 연기인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레벨3으로 처리한 신지아는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연기도 무난히 해냈다.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13)의 첫 점프인 3회전 플립에서 어텐션(에지 사용주의)과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함께 붙었지만 GOE 감점은 0.91점에 불과했다. 트리플 플립-더블 악셀-시퀀스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46), 트리플 러츠(기본점수 6.49) 등에선 다시 GOE 가산점을 보태고 7개 점프 과제를 마무리했다.
신지아는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 4), 스텝시퀀스(레벨 4), 코레오 시퀀스,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 등 비점프 요소 4개를 흠 잡을 곳 없이 마무리하며 연기를 끝냈다. 신지아는 연기를 마치자마자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만족을 표시했다.
신지아는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서 김연아(2010년 금메달, 2014년 소치)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피겨의 간판 선수 중 한 명이다.
신지아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4개 대회 연속 은메달을 따내는 이례적인 성적을 내고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로 올라왔다. 지난해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선 단체전 금메달, 여자 싱글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신지아는 2023-2024시즌에 시니어 무대 데뷔를 하는 수순이었으나 ISU의 시니어 무대 데뷔 연령 상향 조정 영향을 받으면서 이번 시즌에서야 무려 4년이나 뛰었던 주니어 무대를 벗어났다.
라이벌인 일본의 시마다 마오(2008년 10월생)와 달리 신지아는 2008년 3월생으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 연령대에 들면서 다행히도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화려하게 날아오르면서 밀라노 은반에 오를 가능성을 높였다.
사실 신지아는 이번 시즌 점프가 말을 듣지 않아 적지 않게 고생했다.
시즌 초반 ISU 챌린저 시리즈부터 점프를 뛰다가 엉덩방아를 찧던 신지아는 가장 최근에 치른 지난 10월 ISU 시니어 그랑프리 2차 중국 대회에서도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2회전 처리하더니, 연기 후반부엔 넘어지는 등 수난을 당했다.
신지아 스스로도 근심이 큰 표정을 최근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지어보였다.
비록 국내무대여서 기록이 ISU 공인을 받진 못하지만 올림픽으로 가는 첫 길목에서 프리스케이팅 클린을 해내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신지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뒤 "올 시즌 그랑프리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는데 빨리 잊으려 했다"며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아가 올시즌 점프에서 난조를 보인 배경으론 체형 변화가 꼽혔다. 여자 선수들은 시니어로 넘어갈 때 쯤 키가 크고 체형이 변하면서 점프가 흔들리는 현상을 겪는다. 신지아 역시 최근 3년 사이 키가 7cm 정도 자랐다. 신지아는 이에 대해서도 "현재 신장은 158cm 정도"라며 "지상 훈련과 회전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이겨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2위를 차지한 김유재는 전날과 달리 트리플 악셀 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점수가 크게 깎였다. 180도 수준으로 적게 돌았다는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으면서 기본점수가 8.00점이 아닌 6.40점으로 내려갔고, GOE도 -3.20점을 받았다. 여기에 넘어진 것에 따른 감점 1점도 따랐다. 김유재는 트리플 플립 단독 점프에서도 '롱 에지' 판정을 받아 GOE 감점을 찍었다.
3위 김채연은 후반부 두 차례 점프에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는 등 점프 완성도가 100% 아님을 드러냈으나 착지 자체는 안정적으로 해나가며 발목 인대 파열 부상에서 회복 중임을 알렸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김유재의 쌍둥이 동생인 김유성이 첫 점프 트리플 악셀을 착지해 시선을 끌었다. 쿼터 랜딩 판정을 받으면서 GOE -0.69점을 얻었으나 기본점수도 8.00점을 유지하는 등 준수하게 뛰어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깔끔하게 트리플 악셀 성공시킨 언니와 보조를 맞췄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