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박해민에게 충분히 (시장) 반응을 듣고 오라고 했다."
LG 트윈스의 'V4' 핵심으로 활약한 캡틴 박해민의 커리어 두 번째 FA(자유계약) 최종 협상 타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 SKY31 컨벤션에서 열린 2026 KBO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현장 취재진과 만나 "박해민과는 전날(11월 1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선수 본인이 다른 구단의 오퍼도 들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2021시즌 종료 후 삼성 라이온즈에서 LG로 FA 이적했다. 계약기간 4년, 계약금 32억원, 연봉 총액 24억원, 인센티브 4억원 등 최대 60억 원 규모의 대박을 터뜨렸다.
박해민은 LG 합류 첫해였던 2022시즌 144경기 타율 0.289(485타수 165안타) 3홈런 49타점 29도루로 제 몫을 해줬다. 리그 최정상급 중견수 수비에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팀을 흔드는 베이스 러닝, 준수한 타격으로 LG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박해민은 2023시즌에도 144경기 타율 0.285(485타수 138안타) 6홈런 59타점 12도루로 활약을 이어갔다.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박해민은 2024시즌 타율 0.263(482타수 127안타) 6홈런 56타점 43도루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기록이 하락했다. 빠른 1990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에이징 커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박해민은 2025시즌 타율 0.276(442타수 122안타) 3홈런 43타점 49도루로 타격에서 반등은 물론 리그 최정상급 외야 수비 실력을 뽐냈다. LG가 또 한 번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둥 역할을 해줬다.
박해민이 4년 전 LG와 맺은 FA 계약은 2025시즌을 끝으로 종료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내년에도 KBO리그 정상 정복을 위해 박해민과 김현수, 두 베테랑 타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해민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쉬지 못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소집, 체코-일본과의 평가전에 참가했다. 본격적인 FA 협상 시작이 다소 늦어졌다.
박해민은 일단 지난 16일 일본전을 마친 뒤 "일단 피곤하니까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잘 쉬고 나서 FA를 생각해 보겠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를 계속 보고 있었다. 나는 에이전트가 없는데 여러가지 'FA 썰'이 난무하더라(웃음). 어쨌든 한국으로 가면 FA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민은 귀국 후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차명석 단장과 만남을 가졌다. 차명석 단장은 선수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고 밝힌 뜻을 존중,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박해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차명석 단장은 "박해민이 다른 구단 제안을 들어본 뒤 우리에게 요구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며 "박해민에게도 '충분히 듣고 와라'라는 말을 했다. 마지막에 단판 승부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해민은 공수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를 원하는 팀들은 박해민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형성된 박해민의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2023시즌 통합우승 과정에서 외부 FA 영입, 주축 선수들의 연봉 상승으로 경쟁 균형세(샐러리캡) 한도가 넉넉한 편이 아니다. 2024시즌에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상한선을 초과, 12억 원이 넘는 야구 발전 기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KBO가 경쟁 균형세 한도를 크게 상향하기는 했지만, LG는 2026시즌 종료 후 주전포수 박동원과 리드오프 홍창기가 FA 자격을 얻는다. 박해민, 김현수 모두에게 큰 돈을 안겨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명석 단장 역시 "총알도 없는데 자꾸 (FA) 가격이 올라간다"고 농담을 던진 뒤 "선수를 놓고 우리 혼자 단독 입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약) 금액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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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