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팀의 중심을 잡아줘도 모자랄 베테랑 중의 베테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를 망쳤다.
호날두가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하면서 상대 팀 팬들을 조롱하는 추태를 부렸다. 호날두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처한 포르투갈은 약체 아일랜드에 충격패를 당했고, 포르투갈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직행 가능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포르투갈은 14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최종 예선 F조 5차전에서 아일랜드의 최전방 공격수 트로이 패럿에게 멀티골을 실점해 0-2로 패배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도 있었던 포르투갈은 승점 10점(3승1무1패)을 유지, F조 2위 헝가리(승점 8)와의 승점 차를 벌리지 못하면서 다음 경기인 아르메니아전에서 다시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노리게 됐다.
유럽 최종 예선은 각 조의 1위가 본선으로 직행하고, 2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만약 포르투갈이 호날두 없이 치르는 아르메니아와의 경기에서 또다시 패배하고, 헝가리가 아일랜드를 꺾는다면 포르투갈은 조 1위로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FIFA 랭킹 5위 포르투갈이 62위 아일랜드에 충격패를 당한 배경에는 호날두의 퇴장이 있었다.
이날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6분경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호날두가 받은 색은 원래 노란색이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이후 카드 색깔이 바뀌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퇴장당한 직후 베르나르두 실바와 주앙 펠릭스를 프란시스코 트린캉과 하파엘 레앙으로 교체하며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지만,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일랜드에 무릎을 꿇었다.
포르투갈이 호날두를 비롯해 실바, 주앙 네베스, 후벵 네베스, 비티냐, 후벵 디아스, 주앙 칸셀루 등 자국 축구 스타들을 총출동시키면서 아일랜드전은 포르투갈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전반전 초반부터 비티냐와 호날두의 연이은 슈팅으로 아일랜드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홈 이점을 살린 아일랜드의 반격이 날카로웠다. 아일랜드는 세트피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반 17분 만에 손흥민의 전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 출신 스트라이커 패럿의 선제골로 포르투갈을 상대로 리드를 잡았다.
아일랜드의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리암 스케일스가 머리를 사용해 골문 쪽으로 보냈고, 이것을 패럿이 헤더로 밀어 넣으며 포르투갈의 골네트를 흔든 것이다.
포르투갈은 전반 26분 후벵 네베스와 전반 27분 호날두의 연속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두 번의 슈팅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반 31분 주앙 네베스와 전반 35분 펠릭스의 슈팅도 마찬가지였다.
아일랜드도 밀리지만은 않았다. 아일랜드는 점유율이 30% 미만인 와중에도 적절한 역습 타이밍을 노려 발 빠른 측면 자원들과 최전방의 패럿을 앞세운 반격을 펼치며 포르투갈의 뒷공간을 위협했다. 전반 36분에는 네이선 콜린스의 패스를 받은 패럿이 추가골을 노렸지만 빗나갔다.
전반 39분 비티냐의 슈팅과 펠릭스의 슈팅이 막히고, 전반 40분 디오구 달롯이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자 포르투갈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기회가 올 때마다 슈팅을 시도했는데, 불안한 듯 정교함이 부족했다.
포르투갈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와중 아일랜드가 한 골 더 앞서갔다. 전반전 중반 선제골을 터트렸던 패럿이 추가 득점까지 뽑아낸 것이다.
패럿은 전반 45분 포르투갈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다라 오셔의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지역 왼편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다시 한번 포르투갈의 골망을 갈랐다.
포르투갈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곤살로 이나시우와 칸셀루를 불러들이고 헤나투 베이가와 넬송 세메두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후반전 역시 포르투갈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 채 아일랜드 진영에서 수비를 흔들고, 아일랜드는 역습으로 치고 나갈 기회를 기다리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포르투갈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호날두가 오셔를 팔꿈치로 가격해 퇴장당한 것이다. 주심은 호날두에게 옐로카드, 아일랜드에 프리키을 주려고 했지만 비디오 판독실(VOR)과 소통 끝에 호날두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호날두는 퇴장당하는 과정에서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표하듯 엄지를 치켜세웠고, 아일랜드 홈 팬들이 있는 관중석 앞에서는 두 주먹으로 우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팬들을 조롱했다.
포르투갈은 실바와 펠릭스를 트린캉, 레앙으로 교체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아일랜드의 수비는 여전히 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호날두까지 빠지면서 공격 옵션이 하나 줄어든 탓에 포르투갈은 아일랜드의 수비에 더욱 고전했다.
후반전 중반이 지나자 아일랜드도 교체카드로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기 시작했다. 패럿과 잭 테일러가 아담 이다와 코너 코벤트리로, 핀 아자즈가 페스티 에보셀레로 교체됐다. 쌩쌩한 선수들이 들어온 이후 아일랜드의 수비는 더욱 견고해졌다.
포르투갈은 곤살루 하무스 교체 투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0명의 선수들이 아일랜드의 수비를 뚫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포르투갈은 경기 막판까지 아일랜드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아일랜드 원정에서 0-2로 패배했다.
호날두의 퇴장이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노리고 있었던 포르투갈의 경기를 망친 셈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호날두가 이번 일로 아르메니아전에 결장하는 것은 물론 사후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며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사령탑 하이미르 할그림손 감독도 "호날두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팬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날두는 퇴장이 나왔을 때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한 것 같다"면서도 "우리 수비수를 공격한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