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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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서 올라온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기까지 [엑's 이슈]

기사입력 2025.11.10 09:00



(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T1이 롤드컵 쓰리핏을 달성했다.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이며 ‘페이커’ 이상혁 역시 여섯 번째 우승이다. 올해 처음 합류한 ‘도란’ 최현준을 제외한 네 명에게는 3연속 우승이다. 아직까지 결승전의 치열한 승부에 대한 찬탄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이 팀이 지나온 흔들림과 의심의 시간이다.

롤드컵 2연패 팀이었지만, T1의 2025 LCK 시즌은 매끄럽지 않았다. 경기력 기복과 밴픽 논란, 외부 이슈가 겹쳤다. 강팀이었지만 강팀답지 않은 순간들이 이어졌고, 팬들의 신뢰도 흔들렸다.

그럼에도 ‘T1의 롤드컵 진출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T1은 최후의 최후까지 밀려났고, 디플러스 기아와의 일전에서 끝내 살아남아야 했다. 당시 컨디션은 들쑥날쑥했고, 세트 흐름도 일정하지 않았다. 누구도 쉽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결국 T1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며 4번 시드를 확보했고, 그렇게 롤드컵에 합류했다.

이후 T1은 IG와 롤드컵 탈락을 걸고 단판으로 치르는 이른바 ‘공항빵(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승리해 스위스 스테이지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팀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긴 어려웠다. 플레이-인은 통과했지만 경기 내용은 여전히 불안했고,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이제 숨 좀 돌리나…”라는 팬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경기는 안정적으로 가져갔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 경기력이 급격히 내려앉았고, 전체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다. 결국 T1은 1승 2패, 탈락 직전의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또다시 자체 난이도 ‘하드코어 모드’를 설정했다.

또 최후의 최후, 스위스 스테이지 마지막 5라운드를 통과해 가까스로 다음 단계에 오른 T1은 8강에서 AL을 만났다. 젠지를 단판에서 잡은 팀이고, 그 중심엔 ‘타잔’ 이승용이 있었다. 시리즈는 승패패승승. (패패승승승만큼이나 아찔한 흐름이었다.) 숨막히는 경기였으나, 이미 알려진 5세트 ‘오너’의 문도 박사 픽 비하인드를 생각하면 정작 심장이 철렁했던 쪽은 팬들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T1은 이 구간도 버티고 넘어섰다.

4강 TES전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현장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T1의 스크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경기력이 명확히 달라졌고, 그 순간 T1은 다시 ‘우리가 알고 있는 팀’이 되었다.



마지막 결승에서 만난 KT. 파워 랭킹 1위 젠지를 꺾고 올라온 팀이었다. 특히 ‘비디디’는 이번 롤드컵에서 경기 흐름을 꾸준히 주도한 핵심 미드라이너였고, 결승에서도 그 기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KT는 밴픽부터 한타, 운영까지 날이 서 있었고, T1에게 단 한 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결승의 압도적인 긴장감은 끝까지 이어졌다. 양 팀은 다시 한 번 승패패승승이라는 풀세트 흐름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T1이었다. 그렇게 T1은 결정적인 장면마다 힘을 끌어올리며 LoL e스포츠 사상 최초의 롤드컵 쓰리핏을 완성했다.



앞선 일대기만 보더라도 확실히 T1은 1년 내내 강팀은 아니다. 그러나 롤드컵 막바지에 접어든 T1은 강팀이 맞다. 어떤 운으로도 롤드컵 3회 연속 우승은 불가하다. T1이 가장 잘하는 팀이었기에 가능했다.

한 LCK 팀 코치는 T1의 막판 경기력이 유독 강해지는 이유로 두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페이커’의 폼 상승과 대담함이다. 오랜 경험과 넓은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롤드컵에 들어서면 경기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는 평가다. 둘째는 바텀 듀오의 주도권과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한 영향력이다. ‘케리아’의 챔피언 폭은 라인 주도권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구마유시’ 역시 애쉬·케이틀린·칼리스타 같은 주도권 원딜을 롤드컵에서 꾸준히 활용해왔다. 그는 미드에서 ‘페이커’의 폼이 먼저 살아오르고, 바텀의 주도권이 붙으면서 T1이 롤드컵에서 강해지는 구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까지 더해 보면, 올 시즌 팬들이 겪은 감정의 폭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시즌 내내 기복이 이어졌고 실망감이 쌓인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승부처마다 팀이 보여준 집중력과 반등은 팬들의 감정을 다시 끌어당겼다. T1이 스스로 걸어내려간 최하층에서 삭은 땅을 딛고 올라가 마침내 지고의 존재, '천외천'이 되는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하기에 팬들은 이 팀을 계속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T1은 긴 흔들림을 넘어 다시 왕좌를 손에 넣었다.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될 때마다 다시 돌아오는 팀. 이미 월즈 두 번을 연속 우승하고도 또다시 증명해야 했던 T1은 올해도 증명했다. 절벽 끝에서 올라온 팀이 말이다.



사진 = 라이엇 게임즈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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