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넷마블이 다시 ‘RF’를 꺼냈을 때, 많은 이용자들은 당연하게도 “왜 지금인가”를 먼저 물었다. 2004년 등장한 원작은 특유의 진영 전쟁과 세계관으로 시대를 대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억 속에 남은 작품이 됐다. 그러나 ‘RF 온라인 넥스트’는 단순한 복각이나 리마스터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낡은 이름을 다시 빛나게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콘텐츠의 출발점이었다.
넷마블은 게임 출시보다 앞서 웹툰·웹소설 ‘배드 본 블러드’를 먼저 내세웠다. 이는 게임 IP를 콘텐츠 세계로 확장하는 방식이자, 이용자가 서사와 감정선에 먼저 접근하도록 설계한 선택이었다. 단순 세계관 설명형이 아니라 주요 설정과 갈등 구조가 이미 대중 플랫폼에서 노출되었고, 그 반응이 실제 독자 수치로 증명됐다. 네이버웹툰 인기 급상승 1위와 요일 TOP10이라는 기록은 지면상 나열되는 수치가 아니라, IP 인지도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전개가 ‘기존 유저 회귀→신작 유입’이라는 전통적 MMORPG 공식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비(非)게임 독자층이 먼저 진입하며 유입 저변을 넓혔고, 이후 게임 실행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관찰됐다. 즉, 기존 팬덤의 향수를 기반으로 삼되 그 위에 신규 콘텐츠 소비층을 결합시킨 셈이다.
출시 후 흐름도 이 전략을 뒷받침했다. ‘RF 온라인 넥스트’는 정식 출시 6일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에 올랐다.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단기간에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MMORPG 시장은 초반 지표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해졌고, 시장 내 신규 진입 장벽 역시 높아졌다. 그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넷마블의 전략적 설계가 유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넷마블이 이번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한 흥행 성과를 넘어선다. 이 회사가 최근 몇 년간 이어온 기조는 명확하다. 단일 게임 중심이 아닌 콘텐츠 기반 IP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성이다. 대표적으로 ‘세븐나이츠’가 그렇게 자리 잡았고, ‘RF’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웹툰과 웹소설이 먼저 팬층을 데워놓았고, 그 위에 플레이 수요가 이어졌다면 이제는 팬덤의 장기 체류가 관건이다. 이 작품을 단발성 히트로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5 게임대상 본상 후보 선정 역시 단순한 타이틀 장식이 아니다. 넷마블이 ‘RF’를 일회성 재가동이 아니라 장기 구도에 두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후보군에 ‘세븐나이츠 리버스’와 ‘뱀피르’까지 포함된 점은 넷마블의 IP 운용 방식이 한두 작품에 의존하지 않고 다중 포트폴리오 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성과도 쌓였다.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리버스’가 2025 상반기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됐고, ‘뱀피르’ 역시 하반기 우수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넷마블은 한 해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에서 결과를 만든 셈이며, 이는 콘텐츠 기반 IP 전략이 단순 시도가 아닌 저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흐름은 시장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모바일 MMORPG는 변곡점을 여러 차례 지나며 선택지를 압축해왔다. 그 속에서 오래된 IP를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결코 과거 회귀가 아니다. 넷마블이 택한 방식은 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두되, 이를 콘텐츠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였다. 웹툰과 웹소설은 첫 실험이었고, 온라인 성과는 이후 콘텐츠 전략 확장의 근거가 된다.
결국 ‘RF 온라인 넥스트’는 과거를 소환한 작품이 아니라, 오래된 이름을 지금 시장에서 다시 유효하게 만드는 과정 그 자체다. 넷마블은 이 IP를 다시 꺼내며 “옛 시절을 다시 회상해보세요”가 아닌 “RF 세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택했다. 지속되는 이름은 이유가 있다.
사진 = 넷마블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