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화 이글스 외야수 문현빈이 프로 데뷔 3년 만에 처음 밟은 가을야구 무대에서 팀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포스트시즌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기록을 남겼다.
비록 우승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졌지만, 문현빈은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손에 넣고 2026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10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서 LG 트윈스에 1-4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문현빈은 이날 3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화가 1-2로 뒤진 3회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 번트 실패 후 병살타로 물러난 게 가장 뼈아팠다. 한화는 이후 3회말을 비롯해 4~9회말까지 무득점에 그치면서 결국 안방에서 LG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문현빈의 데뷔 첫 한국시리즈는 해피 엔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현빈의 2025시즌 활약이 없었다면 한화가 2006시즌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문현빈이 '급성장'을 보여주면서 한화는 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타자를 보유하게 됐다.
문현빈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유망주 껍질을 완전히 깨뜨렸다. 141경기 타율 0.320(528타수 169안타) 12홈런 80타점 17도루 OPS 0.823으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났다.
문현빈은 가을야구에서도 '빅 게임 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여줬다.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1~5차전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문현빈은 한국시리즈 1~5차전에서는 다소 방망이가 식은 모습이었다. 타율 0.190(21타수 4안타)으로 플레이오프 때와 비교하면 퍼포먼스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7일 2차전 1회초 선제 2점 홈런 포함 3타점, 29일 3차전 2안타 1타점, 30일 4차전 1안타 2타점으로 클러치 본능을 뽐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기간 총 16타점을 생산하면서 가을야구 첫 출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만약 문현빈이 지난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타점 하나를 더 추가했다면 KBO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박정권이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7경기 등 총 12경기에서 기록한 17타점과 동률을 이루는 게 가능했다.
박정권 현 SSG 2군 감독은 2009시즌 플레이오프 5경기 8타점, 한국시리즈 7경기 9타점으로 가을을 지배했다. '미스터 옥토버'라는 열광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문현빈은 KBO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1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대신 이글스 구단의 역사를 바꿨다. 1999년 장종훈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경기, 롯데 자이언츠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 등 총 11경기에서 기록한 11타점을 제쳤다. 이글스 구단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박정권 못지 않은 '미스터 옥토버'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한화는 비록 1999년 이후 26년 만에 'V2'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문현빈의 성장은 엄청난 수확이었다. 향후 10년 이상 이글스 타선을 이끌 확실한 중심 타자가 등장한 건 그만큼 팀의 미래가 밝다는 의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