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가 10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5시즌 최종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다른 감독들은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벼랑 끝 싸움을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네 번이나 치르게 됐다.
LG는 지난 9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6차전에서 0-6으로 졌다. 이날 게임을 승리했다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었지만 잠실 라이벌에게 뼈아픈 완패를 당했다.
이제 LG에게 남은 정규리그 1위 경우의 수는 단순해졌다. 먼저 1일 잠실에서 펼쳐지는 2025시즌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이기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 LG가 지더라도 같은 날 2위 한화 이글스가 3위를 확정한 SSG 랜더스에 덜미를 잡힌다면 LG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만약 LG가 NC에 패하고, 한화가 SSG를 이기면 한화는 한 번 더 1위 탈환 기회가 생긴다. 한화가 오는 2일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KT 위즈를 꺾으면 LG와 한화의 승률은 같아진다. 이 경우 2021년에 이어 KBO 역사상 두 번째 1위 결정전이 열리게 된다.
LG는 지난 27일 대전에서 한화를 9-2로 완파, 1위 확정 매직넘버를 '1'까지 줄일 때만 하더라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8일 비로 게임이 취소된 뒤 29일 한화에 3-7로 패하면서 흐름이 묘해졌다. 이튿날에는 두산이 뿌린 '고춧가루'에 당하면서 결국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오게 됐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가 10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5시즌 최종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감독은 올해 사령탑으로 9번째 시즌을 치르는 중인 가운데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은 사례를 이미 3번이나 겪어 봤다. 결말은 모두 '새드 엔딩'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013시즌을 앞두고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사령탑에 깜짝 발탁,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놨다. 넥센은 페넌트레이스 3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넥센은 다만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한화를 이겼다면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에게 1-2로 석패, LG에 2위를 내줬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 1, 2차전을 먼저 이기고도 3, 4, 5차전을 내리 패배, 리버스 스윕의 아픔을 맛봤다. 넥센과 염경엽 감독의 첫 가을야구는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염경엽 감독은 2014시즌 넥센을 이끌고 구단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진출, 통합 준우승까지 일궈내면서 젊은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5시즌 또 한 번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울었다. 10월 3일 삼성 라이온즈를 이겼다면 자력으로 3위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튿날 두산이 최종전에서 KIA를 이기면서 당시 1군 10개 구단 출범과 함께 신설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넥센은 SK를 꺾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3패로 무너져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가 10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5시즌 최종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염경엽 감독의 최종전 잔혹사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에도 이어졌다. SK는 2019시즌 개막 후 페넌트레이스 내내 1위를 지켰지만 9월 19일 2위 두산과의 더블헤더를 모두 패배, 선두 수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두산과 승률이 결국 같아졌고, 9월 30일 한화와의 최종전을 승리하고도 10월 1일 두산이 NC와의 최종전에서 패해야만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이 NC를 꺾으면서 SK는 2위로 밀려났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준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키움 히어로즈에 3연패로 무너져 탈락, 시즌을 마감했다. 염경엽 감독은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이끌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염경엽 감독은 2020시즌 SK가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자진 사퇴, 팀을 떠났다. 이후 KBO 전력강화위원장과 해설위원을 거쳐 2023시즌 LG 지휘봉을 잡고 트윈스를 29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견인, 지도자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3위로 2년 연속 우승은 불발됐고, 올해는 마지막까지 1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염경엽 감독의 최종전 징크스가 이번에는 깨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 경쟁팀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가슴을 졸여야 할지, 1위 결정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가 10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5시즌 최종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