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과거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재일교포 정대세가 한때 박지성의 대체자로 꼽히며 세계적인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던 일본의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의 맨유행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밝혔다.
정대세는 당시 가가와가 맨유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그가 맨유로 가지 않길 바랐다며 농담을 던졌다. 가가와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나온 반응이었다. 또한 정대세는 아시아 역대 최고의 풀백으로 이름을 남긴 베테랑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가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인터밀란 이적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고백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는 13일 "J리거 출신으로 유럽에서도 뛰었던 정대세는 과거 가가와 신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 속으로 '가지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며 정대세의 발언을 전했다.
세레소 오사카 출신이었던 가가와는 2010년 독일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입단하며 유럽 생활을 시작, 2년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다 2012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당시 알렉스 퍼거슨 경 아래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난 맨유 유니폼을 입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당시 박지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하면서 다른 선수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맨유는 도르트문트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던 가가와가 전력과 마케팅면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그를 박지성의 대체자로 낙점해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가가와는 맨유에서 실패하고 도르트문트로 돌아갔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던 맨유에서 축구 역사에 남을 감독인 퍼거슨 경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대세 역시 가가와를 부러워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사커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정대세는 "그때 나는 독일의 보훔에서 뛰고 있었는데, 휴식기에 일본에 돌아갔을 때 '가가와, 맨유행'이라는 기사를 봤다. 그 순간 속으로 '가지 마!'라고 외쳤다"며 웃었다.
정대세는 그러면서도 "가가와를 질투한 것은 아니다. 질투는 보통 비슷한 수준의 선수에게 하는 것인데, 가가와 정도로 앞서는 선수라면 인정하게 되지 않나"라며 맨유 이적을 앞둔 가가와를 질투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나도 보훔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았으면'하는 조금함이 있었다"면서 "당시 맨유의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지 않았나. 로빈 판페르시,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같은 선수들 사이에서 가가와가 뛰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다"며 가가와를 부러워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또한 나가토모가 인터밀란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나가토모는 2011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처음으로 인터밀란과 연을 맺었고, 2010-2011시즌이 끝난 직후 인터밀란으로 완전 이적했다.
정대세는 "나가토모가 체세나로 갈 때 내가 보훔에 입단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고 그가 인터밀란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가지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나는 너무 조급해서 에이전트에게 말했다. '나가토모가 반년 만에 인터밀란에 간다면, 나도 보훔에서 8골을 넣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아?'라고 말이다. 완전 자기중심적이지 않나"라고 웃었다.
정대세의 말은 모두 농담이었다.
그는 "프로 선수로서도 맨유의 가가와나 인터밀란의 나가토모는 정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며 두 사람을 치켜세웠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