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19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펼쳐졌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토트넘 홋스퍼가 클럽 역사상 첫 빅이어를 노리며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당시 라인업에 들었던 11명의 선수들은 토트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선수들이다. 하지만 2025년 여름, 11명 중 유일하게 토트넘에 남아있던 손흥민마저 팀을 떠나며 한 시대의 끝을 알렸다.
손흥민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이어 "팬들과 동료, 구단에 감사한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65분을 뛰고 벤치로 들어갔다.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새 감독은 "오늘이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라고 했다.
손흥민의 이적은 한 세대 토트넘의 상징이 해체됐음을 뜻한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출전했던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시소코, 대니 로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키어런 트리피어, 위고 요리스 등은 이미 구단을 떠난 상태다.
그중 마지막까지 팀을 지켰던 손흥민조차 떠나기로 하면서, 이제 2019년 결승 멤버 전원은 역사 속 인물로만 남게 됐다.
6년 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에서 'DESK 라인'으로 불렸던 손흥민-에릭센-알리-케인 조합은 당대를 풍미했다. 이들은 토트넘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권으로 이끌며 전성기를 알렸고,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2021-2022)이라는 개인 성과도 일궈냈다.
그러나 팀 차원의 트로피는 늘 문턱에서 좌절됐다. 2019년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0-2로 패하며 토트넘은 무관의 시간을 이어갔다.
그러나 손흥민은 떠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난 에릭센, 부침을 겪다 잉글랜드에서 밀려난 알리,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 등 모두 떠났지만, 손흥민은 남아 주장으로서 팀을 재건했다.
그리고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마침내 17년 만에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며 구단의 한을 풀었다.
손흥민이 이러한 시기를 지나 팀을 떠나기로 한 시점, 한 팬이 SNS에 올린 포토샵 이미지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은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시 손흥민과 함께 선발로 나선 11명의 선수들이 모두 흑백 처리된 가운데, 손흥민만 컬러 처리가 되어있다. 이는 과거 미국 커뮤니티 '레딧' 한 팬이 "끝까지 남은 자, 진정한 전설"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면서 올린 사진이다.
이제는 손흥민마저 떠나면서 해당 사진 역시 의미가 없어져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2010년대 후반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모두 토트넘을 떠났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섰던 마지막 잔류자 손흥민의 이탈로, 당시 팀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편 손흥민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와 이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 경영진과 감독에게 이적 결정을 통보했다. LAFC와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이적료는 2500만 유로(약 4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구단 측은 손흥민의 결정에 협조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단은 손흥민의 헌신을 존중하며, 이적을 원할 경우 협상에 응할 것이며, 이적료도 절반 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활동한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그는 토트넘 역사에서 하나의 장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커리어를 향해 이동하게 됐다.
사진=X/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