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등장했다.
당초 이강인은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나폴리의 러브콜을 받으며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나폴리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으나, 이강인을 매각 대상으로 분류했던 PSG가 이강인을 팔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이강인의 상황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PSG의 태도가 바뀌자 나폴리도 이강인 영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여름 전력을 보강해 다음 시즌에도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었던 나폴리는 영입 리스트를 수정해 이강인의 이름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로 타깃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이적시장 전문가 잔루카 디마르지오는 24일(한국시간) 나폴리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의 측면 공격수 노아 랑과 합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도 선발되는 등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랑은 나폴리를 통해 커리어 처음으로 빅클럽 무대를 밟게 될 전망이다.
디마르지오는 또 "나폴리는 랑 외에도 유벤투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이든 산초와 단 은도예, 페데리코 키예사를 영입 명단에 올려둔 상태다. 키에사의 경우 이미 접촉도 있었다"며 "나폴리는 두 명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하고 싶어한다. 한 명은 6월25일에 영입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그 주인공은 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마르지오가 언급한 선수 목록에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이강인은 이달 초만 하더라도 나폴리의 여름 이적시장에 최우선 타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나폴리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분위기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PSG에서 입지가 줄어든 이강인은 시즌 막바지부터 PSG가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됐다. 이강인은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망 뎀벨레, 데지레 두에, 브래들리 바르콜라 등 다른 PSG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을 정리하려고 하는 PSG가 이강인을 매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와 '르 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PSG는 이강인을 비롯한 몇몇 후보 선수들과도 재계약을 맺으려고 했으나, 기존 계획을 바꿔 이들을 이적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PSG가 이강인에게 책정한 이적료는 2500만 유로(약 394억원)에서 3000만 유로(약 473억원)로, 이는 다른 구단들이 이강인을 영입할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금액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강인을 영입하겠다고 나선 구단이 바로 나폴리였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정상에 오른 나폴리는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다음 시즌을 대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미드필드를 강화하려고 했다. 미드필드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이강인은 나폴리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고, 나폴리는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이적설이 나온 와중에도 PSG와 함께 미국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해 두 경기 연속 교체로 활약하며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터트리는 등 이적설이 없는 선수처럼 지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꾸준히 나폴리가 이강인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나폴리로 이적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스페인 유력지 '렐레보' 소속이자 지난 2023년 여름 이강인이 RCD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로 향한다는 것을 맞혔던 언론인으로 유명한 마테오 모레토는 최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의 유튜브에 출연해 이강인이 PSG에 남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3일 "이강인은 나폴리가 높게 평가하는 선수이고, PSG와 이강인의 재계약 협상은 중단된 상태"라면서도 "이강인의 계약이 만료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PSG는 이강인을 매각할 이유가 없고, 구단에서는 이강인을 중요한 선수로 간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모레토는 또 "현재로서는 이강인이 나폴리로 이적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오늘 거의 처음으로 이강인의 나폴리 이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강인이 PSG를 떠날 수도 있지만, 그가 PSG를 떠나더라도 차기 행선지가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마르지오가 이강인을 언급하지 않은 데 이어 모레토까지 이강인이 나폴리로 이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강인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이후에도 PSG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출전 시간이 필요한 이강인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이강인은 특정 팀에서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 주전으로 활약해야 하는 나이다. 지난 시즌 PSG에서 후보로 밀려났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의 커리어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전처럼 이강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적이 이강인에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적지 않은 연봉 때문에 나폴리처럼 이강인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팀이 또 나타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PSG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세율이 낮은 프랑스에서도 선수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선수들의 이적을 막는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대로면 이강인은 과거 PSG를 거쳤던 선수들처럼 '파리지옥'으로 불리는 PSG에 갇힐 위기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