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박해민이니까 작전을 낼 수 있었다. 감독이 욕을 먹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지난 23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3-2로 승리, 사령탑 커리어 통산 600번째 승리를 챙겼다. KBO 역대 12번째 감독 600승의 주인공이 됐다.
승리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먼저 SSG 선발투수 미치 화이트가 1, 2회초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면서 타선이 어려움을 겪었다. LG 선발투수 손주영이 1회말 제구 난조 속에 SSG에 선취점을 내주면서 0-1로 끌려갔다.
LG는 3회초 선두타자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하면서 공격의 활로가 뚫렸다. 이영빈까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면서 주자가 모였다. 무사 1·2루 찬스가 상위 타선에 연결됐다.
염경엽 감독은 여기서 문성주의 타석 때 희생 번트 대신 강공을 선택했다. 문성주가 번트를 잘 대는 편이 아닌 만큼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화이트의 투구 동작이 크고 퀵모션이 빠르지 않은 점을 파고들어 과감하게 더블 스틸을 지시했다.
LG는 2루 주자 박해민이 완벽한 타이밍에 스타트를 끊으면서 SSG 포수 조형우의 송구보다 먼저 3루 베이스에 도달했다. SSG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박해민이 더 빨랐다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
LG의 더블스틸은 경기 흐름을 바꿔놨다. 무사 2·3루에서 문성주의 2루수 땅볼 때 3루 주자 박해민이 득점, 1-1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계속된 1사 3루에서는 김현수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LG는 스코어를 뒤집은 뒤 선발투수 손주영이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호투를 펼쳤다. 8회초 오스틴 딘의 솔로 홈런으로 3-1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굳혔다. 9회말 박명근이 다소 고전하면서 한 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3-2로 승리를 챙겼다.
염경엽 감독은 24일 SSG전에 앞서 "전날 3회초 무사 1·2루에서는 박해민이니까 과감하게 더블 스틸 사인을 낼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뛰질 못한다"라고 웃은 뒤 "강공으로 쳐서 화이트에게 점수를 내기에는 무리라고 봤다. 박해민이 아웃됐다면 엄청 욕을 먹겠지만 어쨌든 감독은 승부처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돌아봤다.
또 "사실 선수들은 노아웃에서 (도루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더그아웃에서 책임을 져줘야 과감하게 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LG 선수들은 지난 23일 경기 종료 후 염경엽 감독에게 승리구를 따로 챙겨줬다. 원정 라커룸에서는 조촐하게나마 염경엽 감독의 600승을 기념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차명석 단장이 꽃다발을, 주장 박해민이 축하 케이크를 선물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99번째 승리를 거둔 뒤 두 차례 아홉수를 겪었다. 21일은 연장 11회 무승부, 22일은 4-11로 패했다.
염경엽 감독은 "나도 아홉수에 걸려서 연패에 빠질까봐 걱정했다. 사실 지난 수요일(5월 21일)에 팀이 이겼어야 했는데 무승부로 끝났다. 아홉수라는 걸 무시를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마지막에는 정말 살이 떨렸다. 9회말에 체크 스윙에 적시타를 맞으면서 꼬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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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