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조은혜 기자)
"너 몇 살이야"
"스무 살입니다"
"새가슴이야?"
"아닙니다!"
한화 이글스의 '1라운더 신인' 정우주는 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값진 데뷔 첫 승을 올렸다. 2-2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1・2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해 삼진을 잡고 이닝을 끝냈고, 11회초 노시환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11회말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면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의 5연승.
3-2로 앞선 11회말, 선두 김호령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정우주는 한준수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고 2아웃을 잡았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그런데 최원준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1번타자 박찬호로, 상위타선 연결. 주자 1루라도 동점에 역전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정우주가 볼넷을 내주자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재훈이 돌아본 상황은 이랬다. 최재훈은 "야, 점수 주라고. 홈런 맞으라고. 가운데에 던져. 너한테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까 맞으라고. 그러니까 '넵!' 하더라. 처음부터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직전 등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크게 자책했던 정우주였기에 몰아붙였다면 더 몰아붙인 셈이었다. 정우주는 지난달 27일 대전 KT전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2루타, 볼넷, 2루타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이후 3-4까지 추격을 당했으나 리드를 지키고 승리했다. 당시 더그아웃에서 괴로워하는 정우주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계속해서 나오기도 했다.
최재훈은 "KT전에서 맞고 내려와서도 표정이 안 좋지 않았나. 잘 치는 건데 어떡해. '새가슴이야 새가슴?' 물었더니 '아님다!' 그런다. '가운데 던져도 못 친다니까. 너한테 뭐라고 해? 저번에 점수 주고 뭐라고 했어? 그냥 홈런 맞고 져. 남자답게 던져. 한가운데 던져서 점수 줘, 형이 책임질 테니까.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재훈은 "타자들이 직구에 다 늦었다. 직구만으로도 이길 수 있겠다, 한가운데 넣어도 못 친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돌아봤다. 최재훈의 말에 어느정도 긴장이 풀린 정우주는 박찬호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고, 11회말 내내 직구만을 던져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위기 상황에서 정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김경문 감독도 정우주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경문 감독은 "사실 우주를 내면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그랬다면 감독의 욕심이지 않겠나. 어린 데도 마운드에서 침착한 선수인데, 웃음 나오고 하는 거 보니까 긴장을 한 것 같았다. 그런데 또 막아주니까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150km/h를 던지려면 보통 힘을 주는 스윙이 나온다. 그런데 정우주의 장점은 힘을 안 주는 스윙으로도 150km/h 넘는 공이 스핀이 걸려 들어온다. 분명히 직구라고 생각하고 쳐도 '이거 봐라?' 싶을 거다. 타자들이 보는 것과 다를 것"이라고 정우주의 구위를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감독이 경기를 잘 못 풀었다. 1점 차라 생각하면 번트도 대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우리가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며 "그게 매끄럽게 안 풀릴 땐 상대에게 (분위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연장전에서도 선수들이 잘해서 이겨주니까 더 고맙다"고 혈투를 펼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